타클라마칸
정복선
그때 좀더 강변을 걸을 걸 그랬다
짧디짧은 사랑은 하지 말 일이었다
꽃다운 스무 살의 호양나무 줄줄이 늘어섰던 강가
모노아라 조개와 어여쁜 새의 둥지 위에
삼천 년, 사천 년,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바람,
그대가 씌워준 흰 모자 새깃털 장식 그대로
덮어준 양모 망토와 소가죽 신발에 얼룩진 그대 눈물
옆구리에 넣어준 풀띠로 엮은 바구니 속엔
그 밀밭, 그 파도
그대가 만들어준 이승에서의
마지막 선물 목선木船을 타고 나, 긴 잠 속
너무도 질긴 바람望 속을 혼자서 항해해 왔다네
루란에서 갈라지는 천산남로와 서역남로
그 어름의 소하묘
호양나무 가면假面 저리 뒹굴고
미이라로 남은 몸
내 이제 일어나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걷고 또 걸을 지라도
그대 사랑은 하지 말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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