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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겨울나무/황경순/후아이엠인터넷신문/토닥토닥시 게재/2017년03월05일 00시01분 더보기
두번째 시집'거대한 탁본' 발간 어쩌다 보니 블로그에 중요한 소식을 빠뜨렸습니다. 두번째 시집 '거대한 탁본' 을 냈습니다. 6년만에, 정말 오랜만에 냈습니다. 이제야 시인의 소임을 조금을 다한 듯한 기분이랄까요? 설산雪山 누군가 거대한 탁본을 했구나! 하얀 물감 찍어 일필휘지로 검은 세상을 새하얗게 씻어 주었구나! 한 번 더 찍어 얼룩진 내 마음도 새하얗게 덮어 주었으면! http://cafe.daum.net/munhakac/LQj8/46 http://cafe.daum.net/munhakac/6e75/831 더보기
스스로 팔 자르는 나무/참나마을 가을 둘레길 시모음집 스스로 팔 자르는 나무 황경순 가문비나무 숲에 가면 총알자국이 뻥뻥 뚫려 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흡사 전쟁의 흔적처럼 무수한 구멍들. 그래, 전쟁은 전쟁이지. 자신과의 무수한 전쟁을 치르는 가문비나무. 하늘을 향해 곧게곧게 사오십 미터나 자라려면 절반 이상은 군더더기 없이 미끈한 터전을 만들어야 하므로 무수한 팔을 스스로 자르고 위로만 수액을 집중한다. 게다가 살과 피를 내 주며 치유한 구멍들은 숱한 벌레들의 집으로 내어준다. 오직 하나의 삶을 위하여 무수한 상처 쯤은 아무렇지도 않고 다른 생명들이 드나들어야 힘이 나는 듯 상처 투성이의 가문비나무가, 뻥 뚫린 구멍마다 휑 하니 드나드는 비바람을 불러 *하이소프라노로 애절한 천상의 노래를 부른다. 오늘도 가장 높은 곳의 큰 구멍 하나가 더 높은.. 더보기
벚꽃 열차/2014 문학과창작 봄호 벚꽃 열차 황경순 벚꽃 열차가 봄역 플랫폼으로 확 들어왔다 신호도 없이 전속력으로 들이닥쳐 심장이 딱 멈출 것 같다. 티켓도 없이 무작정 올라탄다 연분홍 객실마다 붕붕 떠돌며 환희에 찬 승객들, 올라간 입꼬리가 다물어지기도 전에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들 두두두 저승꽃처럼 돋아나는 검은 반점들 벚꽃 열차는 일순간 딱 멈춰 한 냥 한 냥 선로를 이탈해 버리고 허전한 눈빛만 바람 맞는다 들어온 속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떠나가는 봄 그 연분홍 바람 더보기
물의 주파수 물의 주파수 아파트 방 밑에도 물관이 있음을 잊고 살다가 아래층에서 물 샌다는 연락에 어디선가 새고 있을 물관을 찾는다 소리없이 흐르던 물관이 어느 순간 멈추거나 넘치면 물의 아우성이 시작된다고? 문이란 문은 꽁꽁 닫고 소리를 차단한 후 콘덴서 주파수 한 방에 그 물의 아우성이 정복되었다 소리없이 몸 속을 흐르던 혈관도, 곪고 터지고 금이 가 몸 한 쪽이 마비되고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끊임없이 물의 주파수가 왔던 줄도 모르고! 소리없이 몸 속을 흐르는 마음의 물관, 혈관보다 아프게 온몸을 후려쳐도 네가 떠난 뒤에 정신이 번쩍 든다 쉿! 도처에 물관이 흐르고 있다 -2013 문학과창작 여름호- 더보기
폭포 속에 사는 새 폭포 속에 사는 새 검정칼새 떼는 1억 2천만년 전부터 여의도의 630배 초당 6만톤의 물을 쏟아붓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과수 폭포 속 가파른 절벽을 점거했다 이과수폭포에 아침이 오면 날쌘 검정칼새 떼 수천만 마리가 한꺼번에 세찬 폭포 물살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18센티미터 작은 몸으로 어느 새보다 빨리 시속 170킬로미터로 순식간에 날아 폭포 속 무지개의 일부가 된다 이 날개 저 날개 날개마다 무지개를 달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석양이 폭포와 씨름하며 가장 요란한 소리로 울 때, 검정칼새 떼는 다시 폭포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살은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호시탐탐 검정칼새들을 노린다 수만 개의 포물선을 그리며 가장 물살이 얕은 곳을 찾아 사뿐히 물살 속으로 날아올라 작은 우주선.. 더보기
시간의 벽壁 시간의 벽壁 뻐꾸기가 운다 뻐꾹, 뻐꾹! 하루 일상들이 되살아나 빙빙 돌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짓눌린 생각의 편린들이 수천 개의 물고기가 되어 검은 바다 속을 헤엄친다, 살아서 살아서… 한 줄기 빛이 어둠의 바다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빛으로 분산되어 일렁이기도 하고 어둠의 벽에 부딪쳐 알록달록 만화경 속을 헤매기도 하고 고래의 내장 같은 둥근 벽 속으로 빠져들기도 하면서 무수한 벽에 부딪히고, 갇히고, 넘고 넘어 4차원, 5차원 세계를 넘나든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삐걱대는 뻐꾸기 울음소리, 명확한 숫자들이 1차원 속으로 뚝 떨어진다 눈부신 햇살 맞아 핏발 선 두 눈이 또다른 벽이 되어 나를 짓누른다. 무거운 눈꺼풀 속에서… 더보기
제주 상사화 相思花 제주 상사화相思花 황경순 제주 절물오름 장생의 숲길에 빛 바랜 꽃 한 송이 메마른 웃음을 삼키고 있다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유배된 선비의 아내, 붙박이 꽃으로 찾아와 지아비를 지키고 있다 평생 푸른 잎을 만나지 못해도 삼나무 숲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해도 가녀린 줄기 하나로 말없이 절물오름 장생의 숲을 지킨다. 마른 버즘 온통 하얗게 피어오른 커다란 얼굴을 이고 꿋꿋이, 그 누구보다 장생長生을 하고 있다. 온몸이 말라가도 힐링(healing), 힐링(healing) 미래형 열정으로 하얗게 하얗게 제주의 여름을 수놓고 있다. -2013 미네르바 봄호- 더보기
빛의 무게『시산맥詩山脈』2013 봄호 빛의 무게 황경순 불빛이 떠난 자리. 바닥에 먼지 되어 뒹구는 하루살이들, 그들은 먼지가 되어 그렇게 떠나갔다. 팔랑이던 날개와 다리의 흔적도 없이 온몸이 가볍다. 입이 퇴화되어 먹지도 못한다는데 떼를 지어 그토록 치열하게 불빛을 향해 빙빙 돈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주광성走光性*의 생리현상 때문일까?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괴롭히다 먼지가 되어 순식간에 곤두박질친 그들의 삶의 목표가 궁금하다 내 삶의 목표처럼 하루살이에게나 사람에게나 빛의 경계는 그토록 뚜렷한 것인가 오직 불빛만을 향해서 달려온 그들은 불빛을 제공하고 또 순식간에 꺼버린 나를 원망할까? 감사해 할까? 의문만 남기고 그들은 바람이 되어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영겁永劫을 향하여 사뿐히 사뿐히 불빛이 떠난 자리, 어둠이 가득해도 빛이 너무 .. 더보기
시화전시/소리가 맛이 되고, 맛이 소리가 되고 아이들 작품 전시회 할 때 함께 전시했던 작품.... 겸사겸사해서 사제동행전에도 전시를 했다. 그림을 그려서 직접 시화를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림 수준은 못 미치고 남에게 부탁하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찍은 사진을 둥글고 흐리게 처리한 후 시를 처리하여 플로터로 출력을 했다. 요즘은 현수막으로 만들어 전시도 많이 하지만, 그림들과 함께 전시하니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림들 사이에 시화 한 편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의 부채시화전도 함께 해서 뜻깊었던....올해의 수확이었다. 시는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많지만, 모든 분들이 시를 가까이 하였으면 좋겠다... 좋은 시는 읽을수록 되새길 것이 많은 법이므로... 그냥 스쳐가는 것 같아도 마음에 뭔가아 남아 있.. 더보기
풀은 죽지 않는다 풀은 죽지 않는다 황경순 올봄 드센 꽃샘추위에 따뜻한 남쪽에서도 하얀 매화꽃이 눈을 뜨지 못하고 노란 산수유도 아직 몸을 잔뜩 웅크리고만 있다는데 임진강 바람맞이 추운 땅 죽은 풀들 속에 쑥들이 쑥쑥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쪽 새싹들은 땅을 뚫을 엄두도 못 내는데 죽은 풀들을 헤치니 쑥 뿐만이 아니다 냉이도, 이름 모를 풀들도 여기저기 연둣빛 얼굴들을 내밀고 마른 풀들마저 생기가 돈다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그 윤회輪回의 강물에 나도 생기가 돌아 봄을 미리 맞는다 봄들판 겨우내 눈보라 견딘 풀더미 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말라비틀어져도 풀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2012 문학과창작 여름호- 더보기
사랑의 증표 사랑의 증표 황경순소양강 강물이 심한 열감기에 걸려그 열꽃,바람이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차가운 입술로 식혀주었나 봐얼마나 지극한 정성이었길래한낮이 되어도 하얀 숨을 하늘하늘 내뿜으며강물이 저리 조용히 잠들었을까?지켜보는 나도이렇게 가슴이 뭉클하고 두근거리는데강물은 얼마나 행복할까?누가 스쳐 지나는 바람이라고 했던가?강물 위에 숨죽이며 곱게 떠 일렁이는 저 바람을!아무에게나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소양강 물안개를 보면서죽을 만큼 고열에 시달려도이겨낼 수 있는소중한 사랑의 증표를 보았다.-'문학과창작' 2012 여름호- 더보기
봄쑥처럼 봄쑥처럼 황경순 쑥은하얀 봄웃음이다하얀 이를 드러내며겨우내 움츠렸던 땅에게 웃어주고땅을 밟는 사람에게도 활짝 웃어준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땅도 간지럽히고쑥 뜯는 사람의 손바닥도 간지럽히며향기로움까지 얹어 봄바람도 웃긴다. 누가 쑥대밭이라 했지?누가 쑥스럽다고 했지? 잡초들도아직 덜 깨어난 이른 봄쑥들이 예서제서웃는 법을 가르친다. 쑥무리로 쑥절편으로 쑥찜으로 수천 년 받들어온 힘을 모아주는 법을 가르친다. 흐뭇한 미소 전수 받고 쪼그리고 앉아가장 먼저 핀 쑥 밑동을 똑 따도그저 하얗게 웃고 있는 봄쑥! 더보기
슬로시티의 시간 슬로시티의 시간 황경순 울타리에 핀 보랏빛 꽃시계, 열 개의 꽃잎이 새로운 시간을 맞아들인다 시침들이 허공을 바라볼 때 분침 다섯 개는 연둣빛 티자로 뻗고, 자줏빛 초침 셋은 둥근 공을 들고 서 있다. 꽃시계 속에서는, 분침이 시침보다천천히 돌고 초침은 그보다더 천천히돌아간다 시간을 다섯 배, 세 배로 늘여준다 꽃시계 시간 속은 부드러운꽃잎으로 언제나 자유롭다. 슬로비디오로 녹화된 꽃시계 속의 하늘 따라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의 새 세상이 열린다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세상,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고, 오는 것이 곧 멈춤이다 슬로시티 꽃시계 속의 시간이 내게도 새로운 희망 하나 낳고 가을 속으로 떠난다. *슬로시티(slow city) : 느리게 살기 운동에 동참하는 마을 더보기
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출간 황경순 시인 첫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발간 매력적인 연출, 눈부신 함의 황경순 시인의 첫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가 문학아카데미시선 23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등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해설을 집필한 박제천 시인은 황경순 시인의 첫시집에 대해 “자연과 사물의 속내며 바닥에 숨겨진 비밀을 들추어내는 매력적인 연출과 눈부신 함의”로 “시인이 만들어낸 각종 비법들을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황경순의 시는 자연과 사물의 속내며 바닥에 숨겨진 비밀을 들추어내는 매력적인 연출과 눈부신 함의를 특징으로 삼는다. 시인이 저들의 형상물을 미학적으로 가공하는 방법은 독자적일수록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누구나 남에게는 낯설지만 당사자에게는 .. 더보기
소통의 별 소통의 별황 경 순갯골생태공원소금 창고에는순백의 빛이 가득 차 있다.눈부신 빛이소금창고를 밝히고갯골을 밝히고, 습지를 밝힌다.빛 속에서는 소금을 담는 아주머니의 하얀 치아도,소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들도모두 별이 된다.돌멩이 하나도, 들꽃 한 송이도누군가의 별이 되기 위해선빛을 모아야 한다.순백의 빛을 가슴 가득 채워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