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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시

가을 배꽃 가을 배꽃 추석날 보름달 아래 새하얀 배꽃들 눈부시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배도 나뭇잎도 다 떨어진 자리,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어도 점,점,점 시커먼 꽃술들, 달그림자 되어 일렁인다 내년을 기약할 수 없어도 꽃이 피니 눈부심에 반할 수밖에 없는 하얀 재가 되어 버린 내 심장, 보름달밤 눈부신 새하얀 배꽃이여! 더보기
가을비 가을비 황경순 우두두둑~ 으이쌰, 으이쌰! 갑자기 빗방울들이 농성을 한다 꼭 무더기로 몰려와야 입이 떨어지나? 추석 전날 우르르르 빗방울들이 몰려와 별 반응도 없는 벽壁을 마구 후려치는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담쟁이잎들만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간다~ 쉿, 아무 것도 묻지 말아요! 조용히 침묵하는 가을이 무서워 더욱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가을비 더보기
내 마음의 주머니 내 마음의 주머니 황경순 천막교실 등나무 아래보랏빛 주머니들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보랏빛 주머니 속에선소록소록 엄마 화장품 냄새가 풍겨 나온다.보랏빛 향기 한 주머니 가득 모아엄마께 드리고 싶다.엄마 얼굴 보랏빛으로 환하게 빛나실 테지?돈도 안 들고좋은 향기 거저 생겼다고.등나무 아래 서면내 마음의 주머니가주렁주렁 열려향기가 사방으로 퍼져가면 좋겠다.-------------------------------------------------------------------------어버이날,멀리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아침부터 목 메는 소리로 통화만 한 아침,아이들과 야외수업 하면서 갓 피어나 향기를 세상에 가득 풍기는 등나무꽃 아래서아이들 시각으로 지어 보았다.그리운 어머니..... 더보기
햇살 방아 햇살 방아 아침달이 떴다. 살짝 이즈러진 하얀 보름달 속 검은 그림자 한 쌍, 서쪽 하늘에서 하얗게 웃으며 방아를 찧고 있다. 검은 그림자 한 쌍이동녘에 차오르는 붉은 햇살 모아쿵덕~쿵덕~겨울 떡방아를 찧고 있다. 그들에게는 보일까?햇살조각들 등지고 앉아질주하는 삶의 응어리들이… 산산이 부서져라고운 가루로 눈부시게 빛나라 둥글둥글 살아야지하얗게 하얗게 살아야 하지 하얀 달이햇살 방아를 찧으며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더보기
혼자 물들지 않는 노을 간월도 일몰 노을은 절대 혼자 물들지 않는다. 항상 주변을 함께 사랑하며 물들일 줄 안다. 더보기
칼로차 부다페스트 겔레르트 언덕에하얀 앞치마를 두른중세의 부인들이칼로차문양을 달고...호주 원주민의 문양,태국 문양, 티셔츠 전통옷우리 나라 자수, 십자수 베갯닛 자수, 자수틀 더보기
무지개 매트리스 무지개 매트리스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엮어무지개 매트리스를 만든다.금빛머리 은빛머리 까만머리 빨강머리 파랑머리색색깔로 엮어천상으로 가는 무지개 다리를 놓는다.무지개 매트리스에 누우면뼈가 으스러지고살이 타들어가도살아남은 머리카락들처럼영원히 살아 남을 것같은!천상에 이를 것 같은!상처도 아픔도무지개 뜨는 공기 속에서둥둥 떠오를 것 같은!아우슈비츠 머리카락 매트리스 위에 누우면..... 더보기
물거품 사리 물거품 사리양치질을 하면면도를 하면빨래를 하면거품 속으로 들어간다바닷물 아래쪽에서뽀글뽀글 올라오는 하얀 거품 환상에 눈 멀어혹등고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청어떼처럼거품 그물에 걸려서하얀 거품 속으로 들어가는 이,하얀 거품 속으로 들어가는 턱,하얀 거품 속으로 들어가는 때누런 이들이, 거뭇거뭇한 털들이, 빨래에 묻은 때들이거품 그물에 걸려청어떼가 되었다환상을 쫓는 것은텅 빈 혹등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혹등고래 트럼펫 연주에 맞춰바다 한 가운데서모순의 염불을 외며 다비식을 한다청어떼가 다시 토해낸 거품들이엑기스만 뽑아낸 물거품 사리로 남았다. 더보기
짝사랑 짝사랑태양이 서해 바다를 짝사랑 한다.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온몸이 활활 달아오른다 불어지다 붉어지다서해바다 그 푸른 품으로풍덩 뛰어들려는 찰나, 구름이 앞을 가로막는다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저 붉은 눈물만 펑펑 쏟아낸다 애꿎은 서쪽 하늘만 자꾸 부여 잡아 서쪽 세상이 모두 붉게 물든다 서쪽 바다도 태양의 눈물로 온통 붉게 물든다 태양의 마음을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갈매기 한 마리만 안타까워 꺽꺽 울며 슬퍼하고 있다 더보기
붉은 해가 돌리는 풍차 붉은 해가 돌리는 풍차탄도항 삼남매 풍차는붉은 해가 돌린다쪽섬에 걸린 붉은 해가항구를 향해 징검다리 놓고 선삼남매 풍차를 사정없이 돌린다붉은 해의 땀이 뚝뚝 떨어져탄도항 앞바다를 온통 물들이고붉은 기운 번뜩!갈매기의 날개짓을 멈추게 한다항구에 선 나를 감전시킨다눈길에서 손길로,온몸으로 타고드는 짜릿한 전율,아픔도 슬픔도 없이찌르르~온몸이 단숨에 녹아들어주저앉고 만다하늘도 바다도 온통 붉은 피투성이가 되어생과사의 경계를 넘나든다탄도항 삼남매 풍차는24시간 부정기적으로 돌아가지만붉은 해가 쪽섬에 걸릴 때는이성을 잃어버린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yworld.com/studiobong/2910258 더보기
갈림길에서 갈림길에서눈이 소복소복 쌓이면땅도, 길도, 강도 길을 잃고새롭게 꿈을 꾼다.배추잎뒹굴던 들판은 호수가 되고호수는 들판이 되고, 강은 드넓은 길이 된다호수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을 품은 들판,물고기들을 모두 땅 속에 심은 호수,새로운 목표를 정한 강이 새로운 길을 간다.인생은 선택의 연속!여기, 저기?이거, 저거?이 때, 저 때?눈이 소복소복 쌓이면,길이 길을 잃고 새 길을 얻듯이,하얀 호수에 내 모습을 비추며과림 들판에 팔딱이는 심장을 심고넓따란 길따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힘차게 달려간다. 더보기
계산착오 계산착오함박꽃이 함박 웃으며하늘에서 무더기로 쏟아진다제일 먼저 닿은 곳은 목동 69층 하이페리온 지붕 꼭대기,하늘 찌르며 서 있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니,여의도 63빌딩 꼭대기에도 내려앉으며,너 역시 외로웠겠지?여의도 쌍둥이빌딩 꼭대기에도 동시에 내려앉으며너희는 그래도 둘이라 낫겠지?토닥토닥 하얀 솜사탕을 뿌려주고,북한산 백운대 깃대 위에도바위 위에도소나무 가지에도 함박 웃음을 바리바리 얹어준다공평하게 내린답시고숨도 쉬지 않고 몇 초 만에 후미진 아파트 골목까지 함박눈이 달려왔을 때는 얹어주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함박웃음으로 눈을 맞는다그저 오겠다는 시늉만으로 하얀 가루를 조금 흘렸을 뿐인데함박웃음을 주기도 전에거리도 나무도 차들도 미리 하하하 웃고 있다우뚝 솟은 것들은 선물을 먼저 주어도미소도 보내지 않.. 더보기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아무도 밟지 않은 길농장 가는 길,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길,태초의 길이 이랬을 거야.니가 옳다내가 옳다흑백 논리로만 이어지는 세상,아무리 우겨도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고어두운 곳은 밝게 밝은 곳은 알아볼 수 없게 뭉개 버리는 눈.여길 밟아봐!여길 딛고 멀리 보란 말이야!눈이 하얀 몸을 온통 내밀며소리친다쿡 찍힌 발자국 하나,또 하나 또 하나이방연속무늬로 찍혀가면풀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술술 풀리고알 수 없던 그 마음까지 하얀 눈 발자국 속으로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쏙쏙 들어온다아무도 밟지 않는 길에서눈이세상을반전反轉시킨다 더보기
방향찾기 2-관管 방향찾기 2 -관管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방향을 잘 선택해 눕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다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반고리관결석이라지?귓속에서고리 모양의 떠돌이별 하나,제자리를 떠나 우주 속을 좌충우돌 돌아다닌다커다란 운석이 머릿속을 쾅쾅 들이받으면천체가어지럽게 빙빙돌아간다걷지도 못하고, 일어서기만하면 우주인이 되어 날개도 없는 몸이 무중력 속에서 둥둥 떠다닌다세 개 씩이나 얽혀있다는 0.3밀리미터 반고리관이있는 지 없는 지도 몰랐던, 관 세개가제 자리를 잃으니세상이 모두 빛을 잃고 설 곳을 잃고 만다.0.3밀리미터가 내 우주를 지탱한 전부였다니,180센티미터에 체중 100킬로그램인 내가사실은 작은 것에 의지할 수 밖에없다니,하나의 우주가또 하나의 우주 지배를 포기하면작은 우주는 설 곳이 없다하물며 내 마.. 더보기
동지, 동지 동지, 동지해가 벌써 졌구나동지란다쉬 어둠이 깔린 바다에동지들이 모였구나동지날에해가 빨리 지면춥다종종걸음을 한 더보기
도난 사건 가방을 통째로 도둑 맞은 것을 안 순간,모든 것이 그대로 정지된다. 무인도에서속수무책 바다만 바라보다가, 첩산중에 혼자 남겨져 봉우리만 바라본다.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 속에 그렇게 많은 것이 들었을 줄이야 내 몸에도 그런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을까 머릿속 사심 덩이 머리를 하얗게 변색시키고 가슴 속 욕심덩이들 올록볼록 살덩어리로 분출되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