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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수신거부 수신기

수신거부 수신기




하얀 접시 하나,

파라보라 위성수신기가

가느다란 받침대 하나 의지한 채

베란다 난간에 서 있다

점점이 뿌려진 주름들 사이로

광속으로 날아드는 순간의 집합체들,

지구 저 편의 삶들이 동시상영으로

시시각각 접속된다

숨가쁜 동영상들로 말은 사라지고

최신 유행을 따라하는 어색한 몸짓들만

가지런한 베란다에 자리를 잘못 잡았다

작은 바늘 하나로

무심히 둥근 판을 돌리는 것이

영락없이

백백 돌아가는 뒤틀린 레코드판일 뿐이다

베란다 난간에서

뒤틀린 세상을 향해 돌아가며

바하의 첼로 무반주곡을 묵직하게 얹고

한 번씩,

Back, Back!

외치고 있다.



-문학과창작 200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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