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갯골은 투명하게 빛나고

시인 황경순 2009. 11. 2. 17:21

갯골은 투명하게 빛나고

11월 아침

수백만평의 습지, 갯골에는

모새달의 하얀이삭들 바람에 휘날리며

하얀 눈물 방울을 뚝뚝 매달고

눈길을 모은다.

갈대처럼 흔들리며

하얀 촉수를 내민 모새달 이삭들이

수백만개의 하얀 눈망울을 굴리며

눈 달린 모든 것들을 유혹한다.

아니

눈 없는 바람도,

그저 흐르는 바닷물도

저절로 으스스 떨게 하며

갯골에서 둥글게

몸부림치고 있다.

대면대면한 그의 눈빛에

공허로운 내 마음도 잡고,

떠나갈 그 사람도 왈칵 잡을 수 있는

그런 눈물로,

투명한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추고 있다.

*모새달 : 바닷가 습지에 사는 벼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