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내 마음의 주머니

시인 황경순 2012. 5. 9. 20:19

내 마음의 주머니

황경순

천막교실 등나무 아래

보랏빛 주머니들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보랏빛 주머니 속에선

소록소록 엄마 화장품 냄새가 풍겨 나온다.

보랏빛 향기 한 주머니 가득 모아

엄마께 드리고 싶다.

엄마 얼굴

보랏빛으로 환하게 빛나실 테지?

돈도 안 들고

좋은 향기 거저 생겼다고.

등나무 아래 서면

내 마음의 주머니가

주렁주렁 열려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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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멀리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아침부터 목 메는 소리로 통화만 한 아침,

아이들과 야외수업 하면서 갓 피어나 향기를 세상에 가득 풍기는 등나무꽃 아래서

아이들 시각으로 지어 보았다.

그리운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