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결혼은 하고 볼 일!

시인 황경순 2008. 12. 2. 19:13

"결혼은 하고 볼 일!"

이 말은 울 큰딸이 그저께 한 말이다.

일요일 저녁, 딸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왔더니 남편이 선물이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뭔데 그렇게 의기양양이유?

커다란 가방을 내민다.

와, 노트북이었다.

웬 선물이 이리 거창해? 부담스럽게...

나름대로 신경써서 내가 필요한 프로그램까지 다 깔려 있었다.

"와! 엄마, 카메라도 달렸어!

울 딸이 호들갑을 떨었다.

거금을 투자해서 산 것이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과도 비교가 안되는 좋은 것이었다.

해상도가 어찌 좋은지, 거실의 PDP 티비 화면 못지 않았다.

요즘은 주로 윈도우비스타로 나와서 XP가 안 깔린 것이 좀 맘에 안들었고, 이번에는휴대하기

편하게 조금 작은 것으로살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어서, 지금처럼 15인치라는 것이 걸리기도 했

지만, 너무 좋아서 입이 벌어졌다. 내가 요즘 눈이 나빠져서 가끔 돋보기 끼니까 걍 큰 것으로 샀

다고 했다. 작은 것을 원하면 바꿔 주겠다고 하는데, 고민이 되었다. 사실 휴대는 많이 안 하고 집

에서 주로 쓰니까, 화면이 큰 것이 내게는 낫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냥 쓰기로 결정을 하고, 이것 저것 기능을 만져보니 아주 좋았다. 다운 받은 007영화도 한

편 보면서 늦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결혼 23주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선물을 한 것이다.

울 남편은 선물을 잘 고를 줄 모른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되면 내가 미리미리 운을 띄워야 겨

우 현금으로 주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라고 하거나, 나와 같이 가서 고르는 편이다. 요즘은 우리

딸들과 같이 선물을 고르기도 했고, 딸들에게 사오라고 한 적은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직접 골라오

긴 완전 처음이다.

그래서 울 딸이 한 말이

결혼은 하고 볼 일!

이라는 것이다. 아빠가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정작 어제는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내가 일이 늦어서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배고파서 못 기

다리겠다고 다른 식구들이 다 걍 먹어버려서 싱겁게 끝났지만, 두어달 전부터 노트북이 수시로 말

썽을 부리는 것을 옆에서 보더니, 선물을 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말없이 해준 것이 고맙다.

요즘 한글 2005로 작업하는 것이 있어서 새 노트북에 깔았더니, 윈도우비스타와는 호환이 안된단

다. 이것이 문제이다. 학교는 아직 거의 2005로 쓰기 때문에, XP로 깔아야할지 지금 망설이는 중이

다.

새 노트북으로 글도 더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