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봄쑥처럼

시인 황경순 2011. 6. 30. 18:48

봄쑥처럼

황경순

쑥은

하얀 봄웃음이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겨우내 움츠렸던 땅에게 웃어주고

땅을 밟는 사람에게도 활짝 웃어준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땅도 간지럽히고

쑥 뜯는 사람의 손바닥도 간지럽히며

향기로움까지 얹어 봄바람도 웃긴다.

누가 쑥대밭이라 했지?

누가 쑥스럽다고 했지?

잡초들도

아직 덜 깨어난 이른 봄

쑥들이 예서제서

웃는 법을 가르친다.

쑥무리로 쑥절편으로 쑥찜으로

수천 년 받들어온 힘을 모아

주는 법을 가르친다.

흐뭇한 미소 전수 받고 쪼그리고 앉아

가장 먼저 핀 쑥 밑동을 똑 따도

그저 하얗게 웃고 있는

봄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