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황사처럼 희뿌연 내 마음

시인 황경순 2008. 5. 30. 14:51

오늘 바람이 영 안 좋다.

흐린 하늘에 황사바람까지 섞인 요상한 물기...

비도 아니고 안개도 아니고.....

내 속까지 어정쩡하다.

이틀 연속 술을 마셔 속은 메슥거리고...

그저께, 아주 기쁜 일과 아주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울 직장 배구팀이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한 달 전부터 예선전, 연습경기

등으로 분주했었다. 우리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긴 했으나, 경기란 것은

항상 운도 따라야 하므로, 늘 강팀이면서도 우승까지 못 갔던 불운을 올해는

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예선 때마다 응원도 아주 열심히 했다.

드디어 결승전, 7팀이 토너먼트를 벌인 경기에서 우리는1차선에 한 팀을 가볍

게 2:0으로 이겼다. 준결승에서는 우리와 더불어 강력한 우승팀을 만나 아슬아

슬한 접전 끝에 1세트는 아슬아슬하게 내주고, 2세트는 5회의 듀스까지 가는 접

전을 벌였으나 우리가 이겼다. 3세트는 점수차를 많이 벌이면서 승리를 거두었

다.

드디어 결승전, 그 팀은 운이 좋아서 올라왔다고 할 정도로 우리와는 실력차가

많이 나서, 2세트 연속 큰 점수차를 벌이면서 이겨서 우리는 드디어 우승을 했다.

선수들이 너무나 잘 싸워 주어서 온 직원들이 들떠서 완전히 축제 한마당이었다.

응원을 너무 열심히 해서 모두 목이 쉴 지경이 되었지만, 기분은 짱이었다.

아무튼 그 여세를 몰아 회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선수도 응원단도 기뻐서 날뛰

었건만, 마무리에 영 기분을 잡쳐버렸다. 이런 말은 얼굴에 침뱉기이지만, 관리

자의 독단과 너무나 웃기는 억지에 경기할 때의 그 단합된 힘은 어디로 가고, 모

두 기분이 나빠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따로따로 술로 풀 수 밖에 없었다는....

기분 나빠 마신 술은 독처럼 온몸으로 퍼져 어제도 헤매고....

살다가 그렇게 황당한 일도 있는지...!!

어제도 모두들 그 기분들이 가시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나는 또 오랜만에 친구 호출이 와서 또 풀 수 밖에 없었으니...

옷이라도 화사하게 입으면 좀 풀릴까 하여 어제 오늘 최대한 화려한 복장으로 출근

을 했으나, 마음은 그저 황사처럼 뿌였다.

아침에 언니와 얘기를 나누어서 행복했는데, 출근하니 다시 또 먹구름....

이런 저런 와중에 카메라까지 행방불명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집에 두었는지 차에 있어야 할 텐데.....

오늘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