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카풀

시인 황경순 2008. 5. 30. 08:59

이번 주부터 선배언니와 카풀을 하고 있다.

휘발유 값도, 경유값도 엄청나게 뛰어서 출퇴근 거리가 긴 우리들에게는 부담이기도 하고,

매일 운전하는 부담도 줄이자고 시작했다.

덕분에 10-20분 빨리 나와서 아침도 잘 못 먹고 다니고 있지만,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대학선후배들은 더러 있지만, 고등학교 선배는 거의 못 만나게 되는데, 올해 이

언니를 만났다. 나보다 7년 선배이신데, 이름만 대면 아는 대단한 학교에서 시험을 봐서 그

학교를 다닌 선배언니다. 나는 여고1학년 때 뺑뺑이 2년차로 그 학교에 입학을 해서, 그 당

시 3학년 언니들에게는 우리는 엄청구박을 받았다. 나도 시험 봤어도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항변도 해 보았지만, 전통과 군기가 센학교여서 우리 학년은 싸잡아서 완전히 날라

리 취급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우아한 전통과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모교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마음 또한

언니들 못지 않다. 선생님들도 각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분들이 많아서, 성악가, 작곡가,

화가, 국가대표선수까지 대단한 분들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이 선배언니와는 올해 처음 같은 데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 3개월이 지나

도 편히 앉아서 이야기할 시간도 잘 없었고, 식사 한 번 하자고 말은 여러 번 했으면서도 아

직 못 하고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같이 다니니 이야기가 봇물이 터진다.

오늘 아침에는 교정이야기를 하면서 왔다.

연못가의 붓꽃 이야기, 그 주변을 물들이던 커다란 은행나무 이야기, 그리고 스커트 입고

따려고 했다는 모과나무 이야기...참 그리운 교정, 그리운 시절로 돌아갔다.

나보다 먼저 여기서 근무를 하셨기에 샛길도 알려주시고, 어제와 그저께는 내가 가보고 싶

었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했던 예쁜 길을 알려주셨다. 오늘 아침에도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여고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오니 너무 좋았다.

물론 내 맘대로 싸돌아다니는 자유는 적어졌지만, 나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시

기에 둘이 서로 합의해서 다닐 것이다. 덕분에 출근도 더 일찍 하니 아침 시간도 여유가 있

어 오늘은 잠시 글도 써 본다.

오늘 아침에 본 길가의 엉겅퀴꽃이 너무 앙증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