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어제는,
오늘 학부모들을 모시고 공개수업을 해야 해서, 수업 준비도 하고, 겸사겸사
환경정비도 하느라 6시 반쯤 퇴근을 했다.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공단 쪽에서 나오는 차들로 엄청나게 밀릴 터, 그 동안 개척해 놓은 시골길 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 아카시아 향기, 찔레꽃 향기가 들판에 가득하다.
지나치는 산들마다 아카시아꽃들이 하얗다. 군데군데 이름모를 하얀 꽃들, 그리도 보랏
빛 오동나무꽃, 이팝나무꽃들이 초록 나뭇잎들과 어울려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큰 도로까지 나갔지만, 다시 나도 모르게 샛길로 접어든다.
외길이라 막히면 세월아, 네월아 해야하지만, 상큼한 5월의 향기에 취해 녹음 속에 가린
군부대도 지나고, 외국인학교도 지나고, 신호등 없는 외길은 ,과속방지턱이 많지만, 뒷
차가 바쁘게 알짱거리던 말던 나는 저속으로 달린다.
허름한 길, 작은 공장들, 사무실들 담장에 빨간 장미가 앙증맞고, 드문드문 들어선 한가
한 오래된 집들 마당엔 하얀 수국도 피어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늘 가던 길만 고수 하는 사람, 자꾸 새로운 길로 다녀보는 사람...
두 유형 모두 장단점이 있어서, 전자는 매우 안정적이고 신중하기는 하지만 도전적이지 못하고,
후자는 창의성이 있고 발전적이지만, 실수도 많이 하고 불규칙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후자인 것 같다.
3일 연속 같은 길로 가면 지루하니까...
두 가지의 장점을 다 가지면 좋겠지만, 사람은 정말 그렇질 못한 것 같다.
오늘 수업도 성황리에 잘 마쳤고, 1학년 병아리들을 보내 놓고 처음 수업참관을 하는 아빠 엄마
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 눈빛들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지? 한 명 한 명 모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오후엔 학부모들과 친선체육대회까지 잘 끝났다.
동심으로 돌아가 웃고 떠들면서 오후를 보냈다.
모처럼 운동을 했더니, 온몸이 쑤시지만, 마음은 개운하다.
퇴근할 힘도 없어 창가에서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떠난 교정은 아주 조용하다.
나는 이 시간의 한가함이 좋다.
생각도 정리되고, 하루를 여유있게 마무리할 수 있으니...
해거름.
시골 논에서는 개구리 소리가 개굴개굴 했었지.
개구리들은 왜 한꺼번에 덩달아 우나 몰라...
그나저나 오늘은 어느 길로 갈까?
바닷가 보이는 곳?
호수가 보이는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