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
영흥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6시 20분쯤 큰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귀가중이고 장을 봐서 갈거라고했더니, 빨리 오라고 하더니, 또 전화가 온다. 밀리
는 길 운전중인데 왜 자꾸 전화냐고 했더니, 아빠가 오늘 맛있는 것을 쏘겠다고 장
보지 말고 바로 오라고 한다.
울 남편은 토요일도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일찍 왔더니, 시어머니께
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외식을 해도 숯불고기 집이
나 회, 해물탕 종류를 좋아하시는데, 웬일이냐고 했더니, 드시고 싶으시단다. 알았
다고 해 놓고 부지런히 돌아오는데, 남편과 딸이 교대로 전화다. 왜 빨리 안 오냐구?
석달 동안 터득한 샛길로 돌아돌아 잘 오는 중인데, 전화 받느라 수인산업도로에서
광명쪽으로 들어오는 좌회전을 놓쳐버렸다. 한 블럭 지나 유턴하면서 자꾸 전화해
서 놓쳤다고 하니, 남편이 초보도 아닌 사람이 길도 놓치냐고 비웃는다.
얼마나 걸리겠냐고?
가 봐야 안다고...
30분 쯤 걸리겠다고 했건만 또 전화다.
이젠 전화하지 말고 먼저 가 있으라고 했다. 내가 찾아 간다고....
덕분에 10분 정도 뒤에 내가 도착할 수 있었다.
목동 아웃백, 오랜만이다. 나이가 들수록 양식을 잘 안 먹게 되는데, 아이들이야
좋아하는 곳이라 애들과는 가끔 가지만,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가는 것은 정말 십여
년 만에 처음인 듯 하다.
차를 갖고 간 나와 남편은 음료수만 마시고, 울시어머님만 포도주에 온갖 기분을 다
내셨다.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았다. 연세가 드시면 한 번씩 옛날 생
각이 나시는지, 갑자기 뭐가 먹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그러시니...
마음은 청춘인데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하시는 것이 늘 서글프다고 하신다.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셔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 가족 모두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