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아버지를 그리며
하루종일 내리는 비,
봄비이지만,
피곤한 몸 따라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버티고 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니!
내리는 비가 나의 기억력을 다 빼앗아 가 버렸는지...
올해도 또 죄를 짓고 말았다.
뭔가 마음이 찜찜하더니, 오늘 친정아버지 기일인데....
가지는 못 해도 전화라도 드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저녁을 맞곤 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딸자식 다 소용없다더니....
유난히 아버지께 사랑을 독차지했던 나인데...
나만 보면 배도 안 고프시다던....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마음에서도 눈에서도 눈물이 난다.
벌써 돌아가신지 10여년이 지나서 두어 해는 직접 참가했지만,
그 이후로는 토요일에 걸리면 몇 번 다녀오곤 했지만
멀리 있어거의 못 가고, 마음만으로 늘 그리워하고, 멀리서도 경건하게
하루를 지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곤 했는데...
이렇게 살아서 무얼 하나?
전화가 없자, 친정어머니께서 먼저 전화를 하셨다.
이렇게 송구스러울 데가...
핸드폰에 어머니의 전화번호가 뜨자말자, 생각이겨우 났으니...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보다 더 바빴던 작년에도 밤늦게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기억을 해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올해는 절대로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연초에 올해는 일요일이라, 토요일이었으면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을 아쉬워하며
달력에 표시를 했었고, 며칠 전까지도 다녀올까 망설이기도 했었구만...
일요일밤 늦게 지내고 오긴 너무 무리여서 참기로 했는데...
막상 오늘, 까마득해지다니, 나 자신이 너무 밉다.
원고 30매짜리 때문에 골몰을 하느라 진을 뺀 것일까....
어제 박물관 간 김에 돌아보고 오느라, 발이 너무 아파서 집에 겨우 왔다.
굽이 조금 있는 구두를 신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사진 한 장 찍어야 해서 정장을 하고 갔지만, 갈 기회가 또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욕심을 부린 것이, 오늘까지 피로가 쌓이게 하고...
빨리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만 편치 않고...
다른 일들은 일 대로 산적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이해해 주실 거죠?
저 잘 되기만 바라시는 아버지시잖아요?
편히 잘 계시리라 믿어요.
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까요.
작년보다 올해 글도 열심히 쓸 거고,
아버지의 그 못다한 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니까요...
보고 싶은 아버지!
사진으로나마 뵙고 인사를 드립니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노래도 한 곡 불러드릴까요?
새벽길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하셨잖아요.
저에게 매일 불러달라고 하시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새벽길
1.
사랑은 하늘가에 메아리도 흩어지고
그 이름 입술마다 맴돌아서 아픈데
가슴에 멍든 상처 지울 길 없어라
정답던 님의 얼굴 너무나도 무정해
울면서 돌아서는 안개 짙은 새벽길
2.
꽃잎은 눈처럼 창가에 내리는 밤
기러기 날개끝에 부쳐보는 사연은
사랑이 병이 되어 찾아온 가슴에
뜨겁던 님의 입김 너무나도 차거워
울면서 돌아서는 안개 짙은 새벽길
'청솔''수암'이라 불리셨던 아버지,
못 가에 진달래와 함께 용산의 소나무를보면서 그리움을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