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낙화/이형기
시인 황경순
2008. 3. 10. 00:47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루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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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시인은 얼마 전에 작고하신 분으로, 바로 이 시 때문에 낙화시인으로 유명하다.
경남 진주 출생으로 현대시의 기법을 일찌감치 구사하신, 몇 안 되는 시인 중의 한 분이시다.
많은 원로시인이 계시지만, 이형기 시인만큼 현대시의 특성을 잘 살려 시작을 하신 분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이 시는 시어의 함축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많이 읽고 외어보도록 권장하고 싶은 시다.
'적막강산', '존재하지 않는 나무' 등의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