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3월, 목격자

시인 황경순 2008. 3. 5. 02:45

3월, 목격자

안개 낀 들판에서

나를 따라오는

하늘의 눈동자를 보았다

하얗게 바랜 눈동자로

넓은 들 마른 벼밑동자리들

하얗게 물들이며

허물을 덮어주고

옛소래염전터를 돌아

하얀 소금기에 눈물을 흘리고

거센 황사바람에

눈동자를 깜빡인다

섬뜩해서 꽃샘추위도 잊고 떨고 있으면

소금, 모래에 절은 내 눈은

충혈되어

또다른 눈동자를 부른다

쉿, 조심해!

관대한 척 하지만, 사실은

하얀 눈동자가

진실을 캐고 있으니까

20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