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게으름

시인 황경순 2008. 3. 2. 16:07

마음이 뒤숭숭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일부터는 정신없이 돌아갈 하루하루를 생각하며 푹 쉬어두자는 생각으로

어제 오늘 집에서 죽치고 있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그저 게으름만 피우고 있다.

우선 방정리, 옷정리도 해야 하는데 손을 대기가 싫다.

목욕탕 가는 것도 미루고 있다.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가야만 하는데...

들려오는 소식들도 무덤덤하다.

시누이네 아들은 대학에 합격을 했는데, 원하던 곳은 아니라고, 기가 죽어 있다.

친한 지인의 아들들은 올해는 다 들어갔다고 한다.

재수에다, 3년째는 반수까지 한 3수생 큰아들, 올해 처음으로 보았지만 수시합격

에의 희망이 깨지고, 하향 지원한 곳으로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그간 옆에서 그 고민을 지켜본 터라 잘 되었다는 생각으로 안심이다.

한 해 더 한다고 뾰족한 대책은 없을 테니....

첫 딸이 처음 대학에 들어가는 친구 하나는 결국 재수를 택했다고 우울해 하고...

그 아이는 다시 하는 게 나도 나을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

시집을 일찍 간 친구는, 그 딸을 드디어 시집을 보냈다.

멀어서 가진 못했지만, 이제는 벌써 세대교체를 해야한다는 생각....

딸들을 데리고,이쪽 저쪽 학교로이삿짐을 나르다 보니, 어른들, 동료들이 나보다

큰 딸들을보고 대견해 했다. 나도 큰 편이지만, 살찐 나만 보다가, 우리 애들 보니

안 닮았다나? 우리 큰 딸은 점 뺀 자국 때문에 햇빛 볼까봐 또 사람들 보기 흉하다

고, 모자를 꾹 눌러쓰고, 후드까지 둘러썼건만, 나보다 낫다니...

젊음이 좋은 거지...

암튼 딸들이 크니 좋긴 좋다. 나 혼자 힘 뺐으면 무척 힘들었을 것을...

짐이 많아서 두 번을 왔다갔다 해야 했는데, 한 번 나른 다음에 나머지는

다음에 나 혼자 하겠다는 걸, 혼자 힘들다고 만류를 해 주며 부득이 자기들 있을

때 해 치우자고 하니 얼마나 이쁜지...

한 짐을 차에 실어 놓긴 했지만, 그것마저 걱정을 한다.

꼭 누구 도움을 받으라고..

그러고 주말을 집에서 늘어져 있으니...

이래 저래 신경을 많이 쓴 탓도 있겠지만,

이 모든나른함의 원인은묵직한 머리 때문이다.

머리가 띵 하고 아프다. 잠도 자꾸 쏟아지고, 감기는 나은 듯 한데 콧물끼가

아직도남아 있으니 가볍게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서 생긴 거라고 위안을 하지만,

혹시 머리에 뭐라도 생기지

않았나 걱정도 된다.

잠이 많아진 나에게 남편은 몸이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농담도....

잠이 많아졌다기 보다는 밤낮이 바뀌었다는 게 맞겠지.

아무튼 이젠 움직여야겠다.

찜질방에 가서 땀좀 빼고, 그 속에 묵직한 모든 것을 날리고 와야겠다.

휘리릭~~




바다에 반해 사진을 찍는 우리 큰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