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눈의 집/박제천

시인 황경순 2008. 1. 1. 03:54

눈의 집


박제천




눈오는 날

눈사람 만나보고 싶었네

눈보라 속 그 얼굴 그려 보았네

내리는 눈발로 그 이름 써 보았네

눈송이 눈송이를 모아 눈의 집을 만들어보았네


눈사람 만나러 눈밭으로 나갔네

눈보라 속에서

눈밭 속에서

눈무덤 속에서

손길도 닿기 전에

서로서로 부둥켜 안은 채 숨죽인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눈송이들


그 눈송이들 속에서

눈사람의 눈을 보았네

눈사람의 귀도 보았네

눈사람의 입술도 보았네


눈보라에 그린 그 얼굴,

눈발로 쓴 그 이름이

눈송이 눈송이되어 눈보라치고

눈밭 되고

눈무덤 되어

기다리는 눈의 집을 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