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달빛
내마음의 달빛
그저 소설 속에서만 들어보던 푸른 달빛이란 말이 실감이 나는 밤이었다.
며칠 전 퇴근하면서 푸른 달빛이 마음을 붙들었다.
달빛에 젖어, 달빛에 대한 감상 속으로 자꾸 빠져들어간다.
도시에서 달을 쳐다보기란 쉽지 않다.
어렸을 적에는 도시에 살아도 땅을 밟으며 살았다. 화장실 오가면서도 달을 볼 수 있
었고, 좁은 방에서 벗어 나고 싶어, 마당이니 골목으로 나서기 일수였으니, 그 때의 그
달빛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친근한 벗이었다. 달빛 아래 숨바꼭질 하던 기억, 술래잡기
하던 기억, 그러다 누구 한 명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귀신 흉내를 내기 시작하면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쓰릴이 넘치던 그 때, 달빛은 바로 구세주였다.
눈 쌓인 겨울밤, 달빛은 더욱 고고하게 빛났다.
지저분하던 모든 것을 덮어주는 눈,게다가 세상을 더욱 반짝이며 가슴을 설레게 하던
달빛이다.구름이 어우러지게 낀 밤이면, 달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던....
그 때의 달빛은 우리들의 놀이친구였다.
여름이면 멱 감으러 다니던 강가.
남여 멱 감는 구역이 나뉘어 있었기에, 불문률 속의 법칙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예외
가 없었다. 그러나 달 뜨는 밤이면 또다른 별천지, 묘한 설렘을 주곤 했다.
잔잔한 강물에 반짝이는 강물의 요염함, 강물 속으로 빠져들고 싶던 그 기억.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 멀리서 보이는 멱 감는 사람들의 실루엣....
달빛은 내 마음의 빛과 같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달빛은 마음이 풍요로울 때, 하얗게 바래어 창백한 빛으로 보일 때는
마음이 외로울 때, 푸른 달빛은 마음이 산란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할 때, 괴괴한 기운이
도는 그런 달빛. 서슬 퍼런 귀기가 도는 그런 달빛,달무리가 질 때면, 신비한 분위기에
싸여 온몸이 달아오른 경험도 있다.달빛과 여인과의 교합이 어울린다던가? 달의 음기를
받아 잉태를 꿈꾸었다는 사극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달빛이 요즘은 정말 낯설다.
해가 길어지면서 퇴근 시간에 가끔 달을 볼 수 있다.
동쪽으로 가면서 전봇대에 걸린 달은 바로 푸른 달빛이었다. 바쁜 일상을 대변이라도 하
듯이, 야속하기까지만한 얄미운 달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물 위에 빛나는 그 달빛을 보고 싶다.
시심으로 빛나는 그 달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