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분주했던 3일

시인 황경순 2007. 9. 10. 14:17

나의 귀 빠진 날이 금요일이었다.

하여,

금요일부터 바빴다.

아침에는 전날 저녁에 어머님이 끓여주신 미역국에 평소에는 잘 안

먹던 아침밥까지 한 술 뜨고 저녁 때 일찍 들어가기로 약속을 하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울 남편이 해서 식구들에게 혼났던 짓을 내

가 하고 말았다. 마무리 할 급한 일이 있어서 늦게 퇴근한데다, 동료

들과의 축하 약속이 있었는데 늦게 나간 죄로 붙잡혀서 울 딸이 준비

한 케익을 자르지 못하고 말았다.딸들의 질책이 대단했지만, 잘 넘어

갔다.

토요일, 쉬는 날이라 늑장을 부리고 게으름을 떨었지만 이번 주 일이

많아서 몸이 나른했다. 그런데 친구 부인이 생일을 지나칠 수 없다며

부득이 나오래서 저녁을 거나하게 먹었다. 그 전날 일도 무리하고 술도

몇 잔 한 터라 피곤했지만, 모처럼 두 부부가 안 가던 무슨 나이트엔가

를 갔다가 아주 늦은 시간에 귀가를 했다.

일요일은 또 시아버님 생신이었다.

미역국은 전 날 저녁에 끓여 놓고 나갔지만, 피곤해서 저녁에 친척들이

온다는데도 음식 준비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축 쳐져 있다가,

4시쯤 장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는 메뉴로 준비를

했다. 지난 번 어머님 생신 때 우리 딸이 나보고, 엄마는 손이 맛이 가는

음식만 만든다고 곁에서 거들면서 투덜거리던 게생각이 나서 꾀를 낸

거다. 시누이는 나가서 먹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이번에는 맛있다는 갈

비 양념에 잰 것을 미리 주문을 해 놓은 터라, 온몸이 쑤시지만, 그걸 굽

고, 싱싱한 왕새우소금구이로 보조 메뉴를 삼기로 했다. 쭈꾸미가 괜

기에 쭈꾸미두루치기까지 준비하니, 상은 그럴 듯 해졌다. 게다가 전

붙인 것까지 조금 사다 놓았더니, 김치와 밑반찬에.........상이 넘쳤으니...

이번 주 직장일이 바빠서 장도 못 봐서 냉장고가 텅 비어 불안하셨던지

어머님은, 재주도 좋다면서 금방 상이 가득 찼다고 흐뭇해 하셨다. 게다

가 갈비 맛도 좋았고, 왕새우도 아주 싱싱해서 인기가 만점이었다. 전에

는 샐러드도 우리 집 특제품인 고구마와 감자, 메추리알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양상치, 양배추, 적양배추와 오이, 깻잎을 곁들인 야채 샐러드를

만들었더니 그것도 입맛을 돋구었다.

돈도 굳고 저녁도 잘 마무리되었는데, 게다가 시누이가 지방까지 가서

고추를 사왔는데 고추값을 주니까 저녁 맛있게 먹었는데 나가서 먹을 거

절약했다고 그랬는지 도로 주어서 이중으로 돈 벌었다!!

몸이 안 좋답시고 설겆이도 딸들과 조카에게 다 시켜먹고....암튼 잘 마

무리 되었는데..그런데도 오늘 왜 이리 피곤할까?

장 본다고 돌아다녀서인지.......

울 집은 음력 7월에 생일이 3명이다.

중순에 시어머님, 그 보름 뒤가 시아버님, 시아버님 이틀 전 날이 나.........

이래저래 울 집 식구들은 바쁜 7월을 보낸다.

울 딸은 양력으로 쳐서 9월 하순이라 어떨 땐 겹치기도 하여 넷이 되기도..

그나저나 생일 선물 사 준다는 울 남편, 결국 같이 갈 시간은 못 만들고

토욜, 일욜 바빴다고 나보고 사고 청구하랜다.

사야 해 말아야 해?

비싼 걸로 저질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