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가을비, 그리고 수련
시인 황경순
2007. 9. 1. 22:44
비 오는 관곡지.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는 내리고....
어젯밤 들은 비통한 소식에 마음은 비처럼 흠뻑 젖어
도저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저녁 약속이 있어 오후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한다는 친구를 부추겨
시흥 관곡지를 찾았다.
블로그의 사진 대가들이 그처럼 훌륭하게 찍어 놓아 부러웠던 연꽃, 그리고 수련...
운전을 하는데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늦은 점심을 매운탕으로 먹을 때까지도 비는 엄청 쏟아붓더니,
관곡지에 도착하니 아주 가늘어졌다.
축축한 농로길에 망사 샌들은 속절없이 젖었지만, 비가 와도 연꽃들은 아직 입을 다물지 않고
대부분 활짝 피어 주었다.
오후에는 서서히 꽃잎을 접는 연꽃들이,
비가 와서 늑장을 부렸을까?
재작년, 대청댐 연꽃마을에서 수련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연꽃은 구색으로만 피어있었는데, 관곡지의 연꽃밭은 면적이 무척 넓어서 놀랐다.
2-30분이면 닿을 거리에 있는 관곡지를 이제사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참 등잔밑이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잎에 맺힌 물방울을 이리저리 굴리니
대형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노는 기분이 들었다.
일렁이는 물방울과 초록빛의 신비한 조화.....
연꽃에 맺힌 물방울의 청초함은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이렇게 피어 있는 모습은 처음...
연잎이 이중으로 붉은 그녀를 보호하고..........
비도 연꽃을 만나면
그저 보석처럼 빛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