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이런 경사가!

시인 황경순 2007. 8. 24. 23:05



처서도 지나고 저녁 바람에 약간의 찬 기운이 실린 듯도 하지만,

아직은 열대야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여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별로 나쁜 일은 없었고, 바쁜 일정 속에 허덕였지만, 오래오래 기억될 여름일 것이다.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도 겹치는 것일까?

며칠 전에는 한밤중에 울 큰 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불렀다.

나는 자고 있지는 않았지만, 깜짝 놀라 나가보니

"엄마! 별일이야!

등록금이 조금이야! 나 장학금 받나봐!"

흥분에 들뜬 목소리였다.

학점이 좋은 건 알았지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인데 우리 둘은 너무 기뻐서

"어머, 정말이네!"

"이럴 수가!"

이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준 딸이 너무 기특했다.

사실 공부는 잘 했었는데, 원하는 대학에는 못 갔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고, 그만하면 괜찮은 대학이기에나와 울 식구들은 아깝기는 하지만불만이

없고잘 다녀주기만 바라는데, 울 딸은 2년째 다녀도 사실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입시라는 것이 실력도 실력이지만, 원서도 잘 넣었어야 하는 것이 요즘의 입시라........

그래서 낮추어서 교차지원을 한 곳에 다니는 터라, 문과인데 이과 공부를 함께 해야 해서 무척

힘들어하던 딸이다. 올해는 대안도 마련하려고 새벽마다 영어학원에 기를 쓰고 가서 공부를 하

고 있는 것이 늘 안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던 장학금이라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너무 대견해서.........

공부하라고 잔소리 해 본 적도 별로 없고, 제 할 일은 똑부러지게 하고, 별로 걱정을 안 시키는

딸인데, 하는대로 대학을 못 가서 늘 가슴아팠는데, 열심히 한 성과가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새벽에 일찍 나간 남편을 내가 피곤해서 얼굴을 못 봤기에, 눈 뜨자 말자 전화를 했더니, 울

딸이 수강신청하느라 일찍 일어나 있다가 아빠에게 먼저 보고를 한 모양이라, 자기도 알고

있다고 핀잔을 준다. 암튼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은 둘다 똑 같아서 전화로 한참을 서로 좋

아했다.

이런 저런 목표가 많은 딸이지만, 하나하나 자리를 잡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