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무지개 원피스

시인 황경순 2007. 8. 3. 23:48

무지개 원피스

인공폭포를 지날 때마다

나만의 원피스 하나 짓고 싶다

레포츠공원 한 귀퉁이에서

미끈한 베틀,

투명하게 빛나는 씨실 무더기에

햇살 날실 재빠르게 북으로 돌리며

바디에 번쩍 푸른 하늘을 내려앉혀,

오후 네 시의 햇살이

비단을 짜고 있다

울퉁불퉁 검은 인조 베틀머리에

새하얀 구름 한 점 날아오르면

방울방울 부서져 영롱한 무지개 공단이 되는 햇살,

탁탁 북소리 들려올 때마다

바디를 따라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무지개 공단

오후 네 시,

시간을 마름질하여

무지개 원피스 한 벌

고이고이 지어 입고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