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들을, 편지로 날려 보내다
모처럼 한 주일을 쉬면서 개인적인 일을 보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는 않다.
어떻게 엮이다 보니, 지난 주 내내 출근해서 일을 했는데도 다 끝나지 않고
이번 주는 쉰다고 공포를 했건만, 방학 중인데도 일처리하라는 공문 전달 전화는
자꾸 달려오고......사실 이번 주도 쉬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보고서 50쪽을
완성해야
해서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데 진척은 더디구만.......
어제는 출근해서 밀린 것을 하다 보니, 또 퇴근 시간을 넘기고도 1시간을 더 일
하고 말았다.게다가 맡아온 한 가지가 골머리를 더욱 아프게 한다.
내가 할 건 아니지만, 담당자가 외국 간 관계로 평소의 친분을 생각해서 할 수
밖에 없고, 또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기는 더 힘든 일이라 집까지 싸들고
오긴 했지만, 영~ 기분이 무겁다.
월요일부터 일주일 내내 합숙훈련을 들어가야 하고 그 다음주도캠프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오늘 내일 해서 보내야 하는데 쳐다보기도 싫으니 말이다.
7일까지 보고를 하라니, 이렇게 급히 할 일도 아닌데, 담당자도없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하게 되었으니 정말 난감하다.
홍보 리플렛을 제작하는 일이라 내용도 내용이지만, 컴퓨터 편집 기술도 상당
해야 하는데, 정말 화가 날 지경이다. 미리 공문을 보내서 담당자가 하게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일이건만....
졸속 행정에 정말 화가 난다.
내가 할 일도 주말도 없이 꼬박 하고 들어가야 할 형편인데, 남의 일까지 할
형편이고 보니이 삼복 더위에 더욱 짜증이 난다.
그러나, 망중한이라고 오늘은 보람이 있었다.
코엑스에서 대한민국우표전시회를 하고 있다.
8월 2일 어제부터 이번주 일요일인 5일까지 하는 행사인데, 오늘 한 시간 편
지쓰기 강의를 맡아서하고 왔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어머
니들, 연세가 예순이 넘은 우표수집 전문가선생님들까지.....디지털이 판을
치는 전화와 대중매체로 대변되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 아나로그적인 편지
쓰기 행사를 하고 보니 뿌듯하다.
편지에 관한 거라면, 나도 아프면서도 뿌듯한 추억이 있다.
오늘 강의에서도 청중들에게 얘기를 했지만, 멀리 시집 온 나는 친정아버님
생신에 늘 갈 수가 없었다. 직장에 출근을 해야하니, 당겨서 차리는 법이 없
던 우리 집 풍속으로 주말이 아니면 참석할 수가 없었다. 해마다 몇 푼 송금
하는 것으로 겨우 체면치레나 하고 있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걸 당신들
을 위해서 쓰시는 법이 없이, 내가 아이들과 내려가면 우리들을 위해 다 환
원하곤 하셨으니 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 해 가을, 유난히 마음이그래서 편지를 써서 보내드렸더니, 아버지는 그
렇게 좋아하셨다. 그러고는 그만이었다. 아버지는 이승에서 다시는 생신을
맞을 수가 없게 되어 버리셨던 것이다.이듬해 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리
셨다.당시 아까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으니 그 안타까움이야 표현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한가닥 위안은 바로그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그 뒤에도 어머니께 두어번 편지를 보냈지만, 요즘은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전화조차도 자주 못하고 어머니께서 먼저 안부전화를하실 때도 많다. 올해는
학교 바로 옆에 우체국장님을 잘 아는 관계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꽃과 간단
한 선물 보내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오늘 강의를 하면서 늦게참가한 사람들
작품을 기다리면서 나도 모처럼 어머니께 짧게나마 편지 한 통을 썼다. 정말
마음이뿌듯하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회에 오신 어머니들과 어르신들도 나눠드린 편지지와
편지봉투에 정성스레 편지를 쓰시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어머
니는 정말 시집 오고 처음으로 편지를 쓴다며감상에 젖어서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을 보니, 손으로 쓰는 편지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서울 가까이 사시는 분들이라면, 강남 삼성역 코엑스 1층 전시관 제4전시실
에서 하는 우표전시회에서 편지도 좀 써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내일과
모레는 다른 분이 강의를 계속 하시기 때문이다. 특별전시회 때 찍힌 기념소
인은 귀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도 높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아하는 학
용품이 담긴 기념품도 지급하고 있다.
고가의 우표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수집가들에게는 판패도 행해지고 있다.
또한 옆 전시관에서는 학생발명품 전시회, 상표 디자인전도 무료로 열리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유료 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강의 덕분에 주변의 전시관도 둘러 보아서 머리는 좀 맑아졌다. 덕분에 밤늦
게까지 일을 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