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달/고영
시인 황경순
2007. 4. 22. 18:09
달 고 영 식은 밥 한 덩이 하늘 가운데 불쑥 떠올랐다. 식은 밥이라도 한 숟가락 퍼먹으면 유년의 주린 배가 불러올까 헛배라도 부를까 군침을 흘린 적이 있다. 꽁보리 섞인 고봉밥그릇 속 미끌미끌한 밥알들 마사토처럼 거친 볍씨들 어머니, 밥그릇을 품고 뭐하세요? 식은 밥그릇 속에서 과수댁 어머니가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아들아, 굶주림을 버릴 수만 있다면 밤하늘에 밥그릇이라도 띄워놓고 치성으로 받들고 싶구나. 달 속에서 벼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