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햇살 밧줄

시인 황경순 2007. 3. 3. 23:15

햇살 밧줄



숲이 하늘까지

다 차지한 치악산에서

자연탐사를 시작한다.


목표물은

가장 싱싱한 피톤치드란 놈,

녀석이 방심한 이른 아침

소리로 몰이를 하면

숨결 소리에 놀라

서서히 끌려오는 녀석,

온몸의 문을 활짝 연 후

꼭 붙들고

새로운 목표물을 찾는다.


초록 향기 퍼덕이는

소리에 놀라

부스스 눈 비비며 깨어나는

금강초롱 꽃망울,

나뭇잎 뒤척이는 소리에

줄지어 달아나는

개미, 다람쥐, 까마귀…….


기세등등

코를 벌름거리며

더욱 몰아붙이니

이게 웬 횡재!

오백 년 묵은 소나무 가지 끝에

딱 걸렸다!

눈부신 햇살 한 줌.


그 한 줌에

내가 오히려 꽁꽁 묶여 버렸다.


-문학과창작 2007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