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둘이 혼자가 되어/릴케
시인 황경순
2007. 1. 21. 01:38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einer Maria Rilke) 숲가에 서 있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불꽃처럼 환한 모습, 모든 것이 하나임을 느낍니다. 서로 꼭 껴안고 있으면 우리는 귀기울이는 땅에 서서, 몸을 겹친 나뭇가지들처럼 부드러운 옷 사이로 자라날 것입니다. 눈을 뜨는 숨결이 협죽도의 송이들을 흔들어 줄 때면, 보세요, 우리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서로 다정하게 얼러주니까요. 나의 영혼은 느낍니다, 우리가 문고리를 더듬고 있음을. 나의 영혼은 쉬면서 그대에게 묻습니다, 그대가 나를 이리로 데려왔나요? 그러면 그대는 그리도 멋지고 그리도 밝게 미소로 답합니다. 우리는 더 걸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문들은 저절로 열리겠지요....... 이제 우리는 조금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고통이 아니며, 지난날에서 뻗어 나온 좁다란 가로수길일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