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폭포는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허만하
시인 황경순
2006. 9. 12. 01:36
폭포는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허만하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연어만이 아니다. 낙하지점
에 이른 나이아가라 강물은 한순간의 연푸른 망설임 끝에
부들부들 떨며 허공에 몸을 던진다. 폭포는 원래 11 ㎞ 하
류에 있었다. 몸으로 빙하기 암반을 깎으며 흐름을 거슬러
현재의 위치에 이른 1만 년의 물보라.
설악산 자락 남대천 늦가을을 찾아 북태평양 2만 ㎞ 검
푸른 물 너울을 헤치는 연어의 집념처럼 폭포는 인간의 언
어를 넘어선 치밀한 보폭으로 물길 방향을 거슬러 오른다.
죽으러 가는 생물은 태어난 자리를 찾는다.
언젠가는 노을을 반사하는 암벽을 노출하고 사라질 폭포
는 천의 천둥소리와 함께 중천에서 부서지고 있다. 1년에
1.2cm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시시각각 상류를 향하
여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는 장대한 물의 낙차. 나이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