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대나무 문신

시인 황경순 2006. 7. 31. 01:04

대나무 문신




담양 대숲 한켠에는

가슴에 문신을 새기는

대나무들이 산다


초록 살갗을

칼로 파내면

드러난 하얀 살점이

붉은 빛으로 생기를 띨 때까지

너무 아파서

주변 가지들을 부여잡고

문신을 새긴다


나약함을 달래려는

푸른 용무늬, 호랑이무늬 대신

그 이름, 그 얼굴, 그 심장의 순서로

한 점,

한 획,

붉게붉게 깊숙히 새긴다.


사철 푸른 대나무

그 단단한 가슴으로도

버틸 수 없는 것들이 그리도 많던가

대숲에 바람이 일면

텅 빈 몸뚱아리들이

한꺼번에 울고

붉은 피톨을 가진 그들이 살아 움직여

메아리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새겨보는 것은

그 한 마디




2006.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