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연꽃을 보며/박제천

시인 황경순 2006. 7. 26. 23:57

연꽃을 보며

박제천

머리가 띵하도록 더운 날엔

얼음 채운 소주로 불을 달구고

가쁜 숨 몰아쉬며

너에게 찾아가리

가슴에 들끓는 욕정

부르르 떨리는 핏줄이

손목이며 목줄기에 퍼렇게 드러나도록

추스리며 너에게 달려가리

달려가

거추장스러운 옷가지 벗어제치고

불덩이가 된 이 내 몸을

너에게 던져주리

손톱 끝에 발톱 끝에

수 만개의 머리카락 끝에

전기가 일도록

네 속에 이 내몸을 잠기우리

모든 불을 재우고

너와 함께 쉬다가 깔깔거리며 달겨드는 내 영혼을

살껍질로 다시 싸 안으리

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