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캄보디아 앙코르와트

5. 자연과의 싸움이 이룬 장관, 타프롬 사원(Ta Prohm)

시인 황경순 2012. 8. 8. 03:09

5. 자연과의 싸움이 이룬 장관, 타프롬 사원(Ta Prohm)

 

다음 일정은 내가 제일 궁금하게 생각했던 바로 타프롬 사원(Ta Prohm).

앙코르와트 사진들을 보았을 때 마다 느꼈던 의문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돌더미를 뚫고 자란 나무들이 어찌나 신기한지! 도대체 어찌 된 것일지 무척 궁금했다.

 

 

 

앙코르톰의 동쪽 문으로 빠져나가 툭툭이로 다시 20분 정도 들어가서 내리면 입구에 표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죽 서있고 그 곳을 통과하면 흙길 주변으로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나무들의 수령이 장난이 아니다.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얽힌 나무, 쭉쭉 뻗어 하늘을 찌르는 나무 등 피톤치드를 잔뜩 받으며 입장한다. 한 켠에는 또 악사들이 ‘아리랑’을 연주하며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이 달러를 보태주기도 한다. 타프롬은 ‘브라마의 조상’이라는 의미다.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타프롬사원은 바이욘묘를 지은 자야바르만7세가 그의 어머니를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효심이 지극했던 왕은 어머니가 좋아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었지만, 지금으로는 유적의 가지보다는 수천 년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사원 건축물을 휘감고 생명을 버티며 왕성하게 자라 신비스러운 것으로 더 유명하다. 타프롬은 동서 1km, 남북 600m의 주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건물들이 훼손되어 사원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할 수 없지만, 보석의 방이라는 건물은 별모양의 구멍이 있고, 곳곳에 보석이 박혔던 자국이 있어서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의 보석들로 꾸며 어머니를 기쁘게 했다고 하니, 그 당시에는 대단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밀림 속에 방치되었던 타프롬사원은 거대한 고목의 나무뿌리가 부서진 사원 담을 휘감고 있는 망가진 모습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다. 훼손이 심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았고, 뿌리 깊은 생명력을 인간의 힘으로 제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먹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끈질김은 석축을 뚫고 돌을 모두 뚫고 나갈 수 있으니, 가장 소중하다는 교훈을 주는 듯도 하다. 이 캄보디아의 사계절 더운 기후와 외세의 침략에 소중한 유적지를 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민족의 비극이 합해서 이뤄낸 소중한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 돌덩이들이 굴러다니는 것이 어찌나 참담한지! 참으로 많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던 유적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몇 백년, 몇 천년 지나도 꿋꿋하게 자라는 나무들이 무척 부러웠다. 수령 4-500년 된 나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한다. 주종을 이루는 나무는 이앵나무, 스펑나무, 산뽕나무, 흑단나무라고 했다. 다 오래 자라는 나무들이고 생명력이 왕성하며, 800년인가 된 스펑나무는 우리 나라 남대문이 소실되었을 때 캄보디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보수할 목재로 제공하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제안을 했지만, 우리 나라 학계에서 우리나라 금강송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무산되었다고 하지만 고마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나무들이 오래 살았고 건물 사이를 비집고 자라다 보니, 나무 하나에 3종, 4종의 나무들이 연리지로 뒤엉켜 살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이앵나무 원줄기에 산뽕나무가 뿌리를 내리기도 하여 무성하게 자라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