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햇살 방아
시인 황경순
2011. 12. 14. 17:07
햇살 방아
아침달이 떴다.
살짝 이즈러진 하얀 보름달 속
검은 그림자 한 쌍,
서쪽 하늘에서
하얗게 웃으며 방아를 찧고 있다.
검은 그림자 한 쌍이
동녘에 차오르는 붉은 햇살 모아
쿵덕~쿵덕~
겨울 떡방아를 찧고 있다.
그들에게는
보일까?
햇살조각들 등지고 앉아
질주하는 삶의 응어리들이…
산산이 부서져라
고운 가루로 눈부시게 빛나라
둥글둥글 살아야지
하얗게 하얗게 살아야 하지
하얀 달이
햇살 방아를 찧으며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