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가을비

시인 황경순 2012. 9. 28. 15:41

가을비

 

                        황경순

 

우두두둑~

으이쌰, 으이쌰!

갑자기

빗방울들이 농성을 한다

 

꼭 무더기로 몰려와야

입이 떨어지나?

 

추석 전날

우르르르 빗방울들이 몰려와

별 반응도 없는 벽壁을 마구 후려치는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담쟁이잎들만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간다~

 

쉿, 아무 것도 묻지 말아요! 

 

조용히 침묵하는

가을이 무서워

더욱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가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