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가을 배꽃

시인 황경순 2012. 10. 1. 20:37

가을 배꽃

 

 

추석날 보름달 아래

새하얀 배꽃들

눈부시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배도 나뭇잎도 다 떨어진 자리,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어도

점,점,점

시커먼 꽃술들,

달그림자 되어 일렁인다

 

내년을 기약할 수 없어도

꽃이 피니

눈부심에 반할 수밖에 없는

하얀 재가 되어 버린 내 심장,

보름달밤 눈부신

새하얀 배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