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동네 한 바퀴, 그리고 안양천의 가을
시인 황경순
2012. 10. 3. 00:05
'명절 후유증 + 생리증후군+스트레스' 등등등 복합적으로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잠시 세금 내러 은행에 가야 했기에 내친 김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몇년 전 조성된 집근처의 작은 소공원엔 마가목이 붉은 꽃처럼 나를 반겼다. 초등학교 앞 가로등은 어찌나 앙증맞은 무당벌레 모양인지?
추석연휴 재량휴업일로 텅빈 동네 중학교 운동장엔 탐스런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러나 학교 교정이 너무 꽃이 없고 삭막하다는 느낌에 가슴이 아팠다.
너무 안 걸어본 티가 났다. 안양천 가는 어느 아파트 사잇길은 차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처음 보는 물길이 흐르고 있었다. 안양천변엔 이리도 꽃이 많았던가? 69층을 비롯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이페리온 등 고층 아파트와 대비된 코스모스의 화사함.....그리고 물싸리, 패랭이꽃, 플록스, 금계국, 벌개미취, 억새, 이름모를 꽃들과 가을 풀들까지.....숨통이 트이게 해 주었다.
우리 아파트에 도착하니, 장미 열매가 또한 꽃처럼 피어 나를 맞았다. 요즘 새벽별보기 운동처럼, 그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다 보니 우리 집 주변이 이렇게 멋있는 줄 오랜만에 깨달으며....
기쁘고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