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시간의 벽壁

시인 황경순 2013. 6. 18. 18:24

시간의 벽

 

 

 

 

뻐꾸기가 운다

뻐꾹, 뻐꾹!

하루 일상들이 되살아나

빙빙 돌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짓눌린 생각의 편린들이 수천 개의 물고기가 되어

검은 바다 속을 헤엄친다, 살아서 살아서

한 줄기 빛이 어둠의 바다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빛으로 분산되어 일렁이기도 하고

어둠의 벽에 부딪쳐 알록달록 만화경 속을 헤매기도 하고

고래의 내장 같은 둥근 벽 속으로 빠져들기도 하면서

무수한 벽에 부딪히고, 갇히고, 넘고 넘어

4차원, 5차원 세계를 넘나든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

삐걱대는 뻐꾸기 울음소리,

명확한 숫자들이

1차원 속으로 뚝 떨어진다

눈부신 햇살 맞아

핏발 선 두 눈이

또다른 벽이 되어 나를 짓누른다.

무거운 눈꺼풀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