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시
붉은 해가 돌리는 풍차
시인 황경순
2010. 5. 17. 17:43
붉은 해가 돌리는 풍차
탄도항 삼남매 풍차는
붉은 해가 돌린다
쪽섬에 걸린 붉은 해가
항구를 향해 징검다리 놓고 선
삼남매 풍차를 사정없이 돌린다
붉은 해의 땀이 뚝뚝 떨어져
탄도항 앞바다를 온통 물들이고
붉은 기운 번뜩!
갈매기의 날개짓을 멈추게 한다
항구에 선
나를 감전시킨다
눈길에서 손길로,
온몸으로 타고드는 짜릿한 전율,
아픔도 슬픔도 없이
찌르르~
온몸이 단숨에 녹아들어
주저앉고 만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붉은 피투성이가 되어
생과사의 경계를 넘나든다
탄도항 삼남매 풍차는
24시간 부정기적으로 돌아가지만
붉은 해가 쪽섬에 걸릴 때는
이성을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