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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해안 남부

도솔암 가는 길

도솔암 가는 길

이번 선운산 방문에서 가장 뜻깊은 소득은 바로 도솔암까지 올랐다는 사실이다.

선운산을 흐르는 도솔천을 따라 올라가면 이르는 길 도솔암.

도솔천은 불교에서 말하는 6천 중 4천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수행을 하시던 곳이라고 한다.
아무튼 아름다운 도솔천을 따라 숨을 헐덕이며 오른 산, 사실 등산을 조금만 한 사람이라면 등산도 아니다.

1시간 정도 오르면 되는 곳이므로....

그런데도 관광객들은 대부분 선운사에서 발길을 돌리거나, 계곡을 따라 두 길이 만나는 곳에서 걍 머물다

가버리곤 한다.

나 역시 여러 번을 찾았지만, 단체로 갔었기에 제대로 볼 틈이 없었는데, 이번엔 단체여행이었지만, 일부러

여유롭게 잡아서 도솔암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물길에 깎여서일까? 이상하게 구부러진 나무가 아름답다. 도솔천과 함께 한 나무...


산길 한 쪽에 예사롭지 않는 바위가 부여 비석인가 하고 그 뒤를 보았다.



바로 부처님이 계신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줄기, 그리고 상큼한 나무들....


꽃무릇 군락지 안내표지판이 눈에 보인다.

어느 해 이 꽃무릇 군락지를 보고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그 날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꽃무릇의 그 무엇도 볼 수 없다.

꽃무릇, 석산, 개상사화로 불리는 이 꽃은 평생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여 상사화,

개상사화로 불리니까. 9월이면 이 꽃들이 무더기로 여기에 피어난다. 그리고 이 꽃이 진 그

자리에 녹색 잎이 돋아오른다. 여린 난잎 같은 잎이 자라서, 다음해 5월까지 자라고 말라죽

는다. 그 흔적도 없는 자리에 바로 꽃대가 올라오고, 붉은 꽃이 피는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

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별초라고도 불린다. 이 세상의 꽃 같지 않는 생태습성

으로 인하여 저승꽃, 지옥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절에 많이 피어서 중꽃, 절꽃이라고도

불린다. 수도하는 스님들처럼 꽃을 멀리 해야하므로 바로 스님들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그래

서 많이 심고 위로를 받았다는 속설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많은 이름을 가진 꽃이다.

몇 년 전 이 꽃을 보고 반해서 시를 쓰려고 자세히 알아본 지식이다.

꽃무릇은 붉은 꽃잎이 나리꽃 비슷하게 피고, 갈라진 꽃잎마다 긴 수술 같은 것이 축축 늘어

져 처연해 뵈기도 한다. 아무튼 보고 나면 생각이 참으로 많아지는 꽃, 바로 석산이다.

이 꽃은 또한 효용이 대단하다. 접착력이 좋아서 예전 책을 만들 때 접착제로 쓰였다고 한다.

우리 나라 서책들이 불경이 우선이었으니, 절 근처에 많을 수 밖에...그리고 민가 근처에도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뿌리를 그냥 먹으면 아주 독해서 위험하기도 하다고 한다.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가?

꽃이 아주 단아하고 맑다


나무 아래엔 비 온 뒤라 버섯들이 속속 피어나고 있다.


이 나무도 역시 무슨 나무인지....열매인지 특이하다.

도솔암이 가까운 곳에 굴이 하나 있다.

바로 진흥굴이라고 한다.

진흥왕이 왕위에서 물러난 후 수련을 하면서 살던 곳이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있나 보다.


진흥굴 입구.


고창군 삼인리의 도솔암 장사송. 천연기념물이다.

이름이 장사송이라, 아주 크게 자라 힘이 좋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곳의 지명이 장사현

이어서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장사현을 대표할 소나무이니 얼마나 유명한지 알 수 있다. 반송이라고 하

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아직도 서슬이 퍼런 장군 같은 나무.....

장사송에서 한 언덕을 오르면 나타나는 곳이다.

찻집과 천연염색을 겸하는 집이다.




오, 자네 왔는가

이 무정한 친구야

청풍에 날려왔나

현학을 타고왔나

--

시조 한 수가 사람들을 반긴다.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반기니...

도솔암을 쉽게 오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솔암 가는 길 오른 쪽에 약수가 마련되어 있다.

약수 한 국자 마시고 또 오른다.

힘이 난다.


깔딱고개라고 불릴만큼 비교적 가파른 도솔암 앞...
이 모퉁이를 돌면 바로 도솔암이다.


도솔암 나한전....

주변과 어우러져 너무 멋있는 전각....

돌탑이 아련하다. 나도 작은 돌탑에 돌 몇 개를 얹었다.


이 문은 도솔암 내원궁 가는 문이다. 나한전의 왼쪽에 있는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른쪽에 있다.

어느 사진에 보니까 한글로 적혀 있던데, 아마 최근에 한문으로 바꾼 게 아닌가 싶다.


바로 그 유명한 도솔암 마애불상이다.

배꼽에서 정기가 나온다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마애불에 소원을 빌고 이루었다고 하니....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무척 선명하다.


주변의 소나무와도 어찌나 조화를 이루던지..





내려 오는 길에 봄 자귀나무.

정말 눈부시다.

오색 찬란한 팔색조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듯한....
넓은 곳에 작은 공원을 조성해 놓고, 원추리며, 도라지꽃이며, 자귀나무 등을 심어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도솔암을 다녀오니, 넘나들 수 없는 세계를 다녀온 느낌이 든다.

꽃무릇이 필 때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선운산의 가을, 도솔암의 가을도 너무나 아름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