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던 소설이다.
소설을 두루 섭렵하던 시기에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오늘 다시 읽어보니 참 감동적이었다.
읽게 된 계기가 과제해결이라는 것인데,
소설을 읽고 평을 쓰고 토론에 임해야하는 것이다.
60년대의 시골 모습, 그리고 나보다는 10-20년 앞선 세대라고나 할까?
그래도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새삼스런 느낌이 왔다.
무진기행의 백미는 역시 안개이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늘 갈망하는 대로만 살 수 없는 우리들, 어렴풋한 안개가 현실로부터 우리를 떼어놓기도 하고, 또 몽상으로부터 다시 현실로 떼어놓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이 무엇일까? 작은 욕망으로 시작하기도 하는 사랑, 그 시작을 안개가 떼어놓기도 하고.....아무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다시 몇 번을 더 읽으며 새로운 것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안개 속 같은 우리네 삶, 그 아련한 느낌은 오래오래 갈 것 같다.
안개........
나 역시 안개하면 늘 가슴이 저려온다.
글쎄........언제부터였을까?
안개를 보면 슬퍼진다.
며칠 전 서해대교참사가 자꾸 생각나기도 하고, 안개가 주는 우울함.......
그래서 80년대 대학시절, 헤르만 헷세의 '안개 속에서' 란 시를 무쟈게 읊조리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안개에 대한 시도 많이 끄적였지...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헷세
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덤불과 돌들 저마다 홀로 있고
나무는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하네.
모든 것 홀로 있을 뿐.
내 인생 아직 밝았을 때
세상은 벗들로 가득했으나
안개가 내린 뒤로는
보이는 이 아무도 없구나.
하릴없이 그리고 조용히
우리 모두를 갈라놓는
그 어둠 알지 못하는 자
진실로 현명한 이라 할 수 없으리.
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아무 다른 이를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 홀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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