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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북부

울진 평해 백암온천, 월송정越松亭

울진 평해 백암온천, 월송정越松亭

이번 나의 목적지는 바로 평해일원이다.

그 중 첫 번째 목적이 바로 백암온천이다.

온천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곳저곳 온천을 다녀보아도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백암온천이었다. 유황온천의 일종인데 잠시라도 몸을 담그고 나오면 피부가 매끄럽고 피로가

풀린 듯한 기분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며칠 머물면서 온천이나 드나들고 글을 정리하고 싶었

지만, 시간은 하룻밤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오후 내내 부산에서 평해까지 피곤한 여정이었다. 바로 달려왔으면 좀더 일찍 도착했겠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 너무 앞쪽에 있는 곳은 아침에 붐빌 것

같아, 고려호텔을 지나 뒤쪽에 피닉스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말이 호텔이지 시설은 정말 좀

그랬지만, 1918년부터 영업을 해 왔다니, 역사는 대단한 것 같았다. 저녁에는 새벽까지 싸들

고 갔던 작업을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욕탕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

어서 조용하고 좋았다. 마치고 나올무렵 할머니들이 들이닥쳤다. 주변의 어느 동네에서 오신

모양이었는데 주기적으로 오시는지 목욕탕에서 일 보시는 분과 반갑게들 인사를 나누었다.

대형버스로 사람들이 들이닥치니 넓은 욕탕이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여자들은 정말 목욕하

길 좋아하나 보다.

호텔 바로 앞 언덕의 고목, 뻗고 싶은대로 마음껏 뻗은 듯한!

근처 산의 물오른 모습이 신비로웠다.

객실에서 아침을 시켜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지, 1층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바깥 풍경

을 조용히 감상하며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또 비가 조금씩 내려서 근처의 산에는 구름이 낮

게 내려앉았고 골짜기에도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조용한 온정리의 아침은 상쾌했다. 공기

가 어찌나 좋은지, 간밤에 보았던 초승달이 떠올랐다. 초승달이 그렇게 밝은 것은 시골 불빛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맑은 공기 때문에 더욱 초롱초롱했을 테니까.

온천에서 나오면서 보게 된 멋진 소나무, 보호수인 듯 했다.가까이 다가가서 읽어보진 못했지만

비안개와 어우러져 세월을 말해주고....

울진과 평해쪽은 늘 지나치게 되기 일쑤다.

그래서 이번엔 꼭 월송정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본향의 시조 제단에도 꼭 들르고 싶었기 때문

에 부지런히 월송정으로 향했다. 백암온천에서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나와서 2여분을 좁은 길로

들어서니 드디어 월송정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조금 더 들어가니 '평해황씨 시조제단원'이 보

였다. 아직 미완성인 듯한 일주문이 웅장하게 나를 맞았고, 그 곳을 지나 일단 제단원 앞 소나

무숲길을 지나 월송정越松亭 주차장에 도착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월송정이 '月松亭'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越松亭' 이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의 고정관념은 정말 탈피하기 힘든 것 같다. 바닷가에 있는 이름들이 거의 달월자를 쓰지

않는가? 또한 정자 이름은 또 어떤가? 산이름은 어떻고? 아무튼 사고의 고착은 참 무섭다는 생

각을 하며,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越松亭' 이라....소나무를 넘어서 정자가....정말 주변의 소나무숲은 장관이었다. 또한 다른 설

도 있는데 越나라에서 가져온 소나무씨를 심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곧게 자

란 소나무들이 야트막한 언덕을 가득 채우고, 그 소나무숲을 한참 걷다 보면 언덕의 정수리 부

분에바로 정자가 있다. 숲에서는 능선으로 따라 가지만, 옆의 길을 따라 평지에 안내문이 서

있고,정자 보수 기념비가 있으며, 계단 위로 월송정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정자는 다른 곳들의

정자 모습과 비슷하지만 무척 크고 웅장하며, 단청이 화려하다. 또한 지붕 아래의 모습은 고려

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서 특이하다고 한다.

정자 위에 서면, 지붕 아래 시들이 걸려 있어 눈을 끈다. 절제 김종서 대감의 글, 아계 이산해

李山海 대감의 ,기행에 관한 글도 걸려 있다.

또한 안축의 시가 유명하다

詩題 : 次越松亭詩韻 - 謹齋 安軸 -

事去人非水自東[사거인비수자동] 일도가고 사람가도 물은자연 동쪽으로
千金遺種在亭松[천금유종재정송] 천금같은 종자남겨 정자솔만 남았구나.


女蘿情合膠難解[여라정합교난해] 겨우사리 정이합쳐 떼어내기 어렵겠고
弟竹心親粟可舂[제죽심친속가용] 아우대는 마음친해 좁쌀방아 찧겠구나.


有底仙郞同煮鶴[유저선랑동자학] 어찌하여 선랑들은 함께학을 구웠던가
莫令樵夫學屠龍[막령초부학도룡] 나무하는 초부들은 용잡는법 배움마라.


二毛重到曾遊地[이모중도증유지] 머리털이 희여서야 놀던곳에 찾아오니
却羨蒼蒼昔日容[각선창창석일용] 옛모습이 그대로인 푸른솔이 부럽구나.

이 곳은 옛 신라의 화랑들이 머물면서 낭만을 즐기던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잠시 정자의 글귀들에서 떠나 바다를 보면 모래 사장 너머로 짙푸른 동해바다가 보인다.

수심이 깊어 수영하기는 적당하지 않아서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바람이

거센데도 초록빛으로 빛나는 바다, 하얀 파도를 토해내는데, 장관이었다. 하얀 모래사장

에 내려서면, 파도가 삼킬듯이 달려든다. 정월대보름 월출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려

는지, 현수막이 안내하고 있었다. 휘영청 둥근달이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면 정말 모든 소

원이 다 이루어질듯 감격스러울 것 같다.

왼쪽으로 시선을 들면 항구가 보인다. 구산항이란다. 구산해수욕장이 이 월송정 앞바다와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무척 아름답다. 넓은 백사장, 그리고 푸른파도가 이루는

곡선미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언제 한 번 시간을 가지고 주변에서 머물면서 월송정의 진면목을 더 보고 싶기도 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한적하고 편안한 곳을 찾으면 며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

한 것이 예전과는 다른 마음이다. 늘 생활이 바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곳의 소나무숲은 네티즌이 선정한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소나무는 아래쪽은 껍질이 검은데 위쪽은 붉다.

나로선 적송으로 알고 있는데, 금강송과 어찌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지만

소나무 하나하나의 모습이 미끈하고 아름답고,

숲의 아름다움도 대단하다.


그 이름처럼 사방에서 월송越松해야(소나무숲을 거쳐야)정자에 이른다.


이 월송정은 원래 신라때부터 화랑들이 찾았던 곳이고,

고려시대부터 정자가 있었는데, 조선 연산군 때 강원도 관찰사

'박원종'이라는 분이 복원했고, 일본군이 연합군의 폭격이 표적이 된다고

허문 것을, 재일교포 주도에 의해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옛모습과

너무 차이가 나서, 1980년대 다시 지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 정자는 원래는 성곽 위에 성문 형태의 정자였다고 한다.

겸재정선이나 단원의 그림에 이 월송정이

나오는데, 그 그림을 보고 최근에 이런 형태로 최대한 가깝게 지었다고 한다.

나로선 아래쪽이 성곽모양이면 더욱 멋있을 것 같다.


누각에서 바라본 동해, 수평선이 보이고, 바람이 세고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물빛은 여전히 푸르다.


이 현판은 최규하 대통령이 쓰셨다고 한다. 참 단정한 필치다.


파도가 어찌나 거센지!


바닷가쪽에서 바라본 월송정

오른쪽에서는 비포장으로 길이 나 있고, 바다와 숲 사이에 논이 있다.

왼쪽도 마찬가지, 숲 뒤쪽으로는 바로 논이 연결되어

월송정은 일을 하면서도 쉴 수 있어 제대로 정자 구실을 한 것 같다.

여느 정자들처럼 산꼭대기에 있어 놀기만 하는 곳이 아닌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주변은 사방이 빽빽한 소나무숲이다.


월송정에서 주차장 쪽으로 나오는 진입로에서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