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동해남부선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던가.
늘 다시 꿈꾸어 왔던 길을 이번에 갔는데, 추억 속의 그 감흥은 느껴지질 않았지만 차창으로
다가왔다 사라지는 호젓한 바다와 그 주변 풍경들이 바빴던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해 주는 듯
했다.
해동용궁사. 재작년에 처음 보았을 때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
그 때는 호젓하게 관람을 할 수 있어서 무척 인상이 깊었다. 이번에도 역시 바닷가에 자리한
그 해동용궁사의 이색적인 모습에 감탄을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정신이 없었다.
해동용궁사의 특징은 동해바다 아름다운 바위들과 함께 하여 아름답기도 하고, 일출 월출 모습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그걸 볼 시간은 아니었지만, 오전의 햇살을 뒤에 이고 선 대형부처님의 모습이
바다를 굽어보고, 절벽에서 내려가는 계단과 그 옆의 빨간 동백꽃, 대나무,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볼
것이 곳곳에 많은 절이다.
절 입구로 들어가는 길은 좁고, 주차장은 넓다. 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은 곳이다. 버스정류장도
있어서승용차 없이도 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절로 가는 길은 무슨 시장통처럼 여러 가게들이 성시
를 이룬다.
아쉬운 것은 전에도 물론 느꼈지만, 조각들이나 설치물들이 너무 조잡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각계 각층사람들의 염원을 들어 해동용궁사에 오면 '꼭 한 가지 소원을 이룹니다'라는 말을 실천하
려고 많은 코너를 설치해 놓았다.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일렬로 늘어선 12지신상이 눈길을
끈다. 모두 자기 띠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끝에는 비석이 하나 있으며,맞은 편에는 여러 가지 조
각과 돌의자가 세팅되어 있다.
양쪽으로 도열된 12지신상과 조각들을 지나면 커다란 탑이 나온다.
바로 교통안전기원탑인가 하는 것이다.워낙 사고가 많이 나다 보니 만들어놓은 염원의
탑이다. 그 탑을 지나서 바닷가 아랫쪽으로 절벽을 따라 내려가면 절이 나온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절 입구는 굴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그 입구에는 그 유명한 득남불이
벽에 서 있다. 불룩 나온 배와 코를 만지면 득남을 한다는 이유로 배는 검게 윤이 난다.
귓볼도 까맣고....
터널처럼 생긴 문을 지나서108계단을 내려가는 왼쪽에 바위 밑에는학업성취불도 있다.
수험생 학부모들은 꼭 만지겠지?
108계단을 내려가면 건너편에는 용궁사 건물과 부처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가게 되어 있으며 왼쪽 절벽으로 나가면
방생대가 있고, 소원을 비는 부처상이 또 있으며, 넓은 바닷가 바위가 나와서 여유롭게 해동용궁사를 감상할 수 있
고, 일출과 월출을 거기서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절 위쪽에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해수관음대불'이다.
크기도 대단하고, 한겨울에도 칡꽃이 피는 등 이변이 일어나서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서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불자들은 그 사람들의 인파 속에서도 부지런히 경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명할 곳이 많아서 다 설명할 수는 없고, 아무튼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게 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절이다.
그러나, 부처마다 그 예술성 등을 따지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으니, 나의 욕심일 것이다. 고색창연한
그런 부처들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이리라.
마음이 약한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종교에 귀의하고, 마음으로 복을 빌곤 한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진다면 불교를 택하고 싶은 심정이다.
종교에 대해서는 민감한 부분이지만, 어느 종교든 진실하게 믿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가끔 조용한 산사를 찾고 싶은 내 마음은,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때문이기도 하리라.
절벽으로 난 108계단 옆에 피어난 빨간 동백꽃, 해수관음대불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도 피어 있던 빨간 동백꽃
이 찬 바람을 이기고 꿋꿋이 피어나 아름다웠다. 소나무와 더불어 초록빛을 그대로 간직하여 주변을 더욱 생기
있게 해 주었다.
해동용궁사의 싸이트이다. 접속해 보면, 시간대별로 다른 그 멋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꼭 달 뜨는 밤에 와서 월출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 파도소리와 어우러진 월출의 모습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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