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뒷날, 친정 어머니께서 멀리 계시므로 찾아뵙기 힘들어 명절뒷날은 늘 우울하다. 가까운 산을 오르곤 하는데, 이번에는 머리도 며칠 동안 쭉 아팠으니 산을 오르기는 무리이고, 큰딸의 생일이기도 해서 딸과 자유로에서 임진각을 다녀오기로 했다. 영등포인 우리 집에서 바로 오목교를 건너면 안양천길이 나오고, 올림픽대로를 탈 수 있다. 가양대교를 건너도 되지만, 행주대교 건너서 자유로를 씽씽 달린다. 명절 뒷날 다른 길들은 귀가길이 엄청 막히기에 이 길로 드라이브하는 것이 최고이다. 자유로엔 우리처럼 명절 뒷날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찻길이 빽빽하지만, 정상속도로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다. 한강을 끼고 쭉 뻗은 길, 서울의 아우토반이랄 수 있는 자유로를 달리는 기분은 가 보신 분을 아실 거다.일산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서 호수 공원도 먼 발치서 바라보며 달리는 길, 한강을 끼고 달리면 드디어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한강과 임진각 합수 지점이 보인다. 바다처럼 넓은곳을 지나, 이젠 임진강을 따라 마냥 달린다. 황희정승의 유적지, 반구정도 지나고 근처의 유명한 음식점도 지나고, 철조망의 아픔을 몸으로 체득하며 달린다. 어릴 적 외에는 처음 와 본다는 딸의 감탄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아쿠아랜드가 보인다. 커다란 배를 산에 올려 놓은 배카페가 보이는 곳으로 잠시 들어간다. 아쿠아랜드에는 사람들의 차가 빼곡히 들어하고, 배 카페는 수리중이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
자유로 가운데 심어놓은 메밀꽃이 인상적이다. 자동차들이 그리 쌩쌩 달리는데도, 반짝이며 빛을 발하는 메밀꽃들.빨간 다리로 버틸 수 있어서 그럴까? 망향의 노래비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잃어버린 30년 세월...이런 노래....전에는 개방하지 않았던 듯한데, 자유의 자리를 개방하고, 그 아래쪽 연못가도 거닐 수 있었다. 수련은 말없이 떠 있건만, 50여 년을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자유의 다리....자유의 다리 끝쪽에는 사람들의 통일 염원을 담은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드리워져 있다.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기찻길......철교 건너편은 바로 북한땅이다. 한강 폭도 되지 못하는 작은 개천을 사이에 둔 듯한 남과 북. 전망대에서 바라본 그 쪽은 정말 너무 선명했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보니 더욱 선명하고, 그 쪽에도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쪽. 망배단에서 추석에 차례를 올린 실향민들의 화환과 술병들, 그 흔적이 아직도 보인다. 그 뒤로 자유의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 철길, 황금 논에서 익어가는 벼들, 끊어진 교각, 그리고 푸른 임진강물, 그 너머 북한 땅. 하늘은 남북 가리지 않고 맑고 푸르건만....
돌아오는 길은 딸을 위해서 밝은 곳을 택했다. 프로방스....서북쪽의 많지 않은 공간 중의 하나이다. 프로방스풍 레스토랑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기업이다. 갈 때 마다 변하니, 어릴 적 외에 철 들고는 처음이라 딸이 무척 신기해 한다. 화려한 건물의 색깔이 멀리서도 눈에 띄니까. 짜투리 시간에 부담없이 들러볼 수 있는 일산쪽의 좋은 볼거리이다. 다 장삿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허브농장이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져 기분 전환하기 좋은 곳이다.
허브향기에 취해서 보랏빛, 핑크빛, 연둣빛, 그런 화사한 파스텔 톤이 어울린 화려한 곳에서, 울 딸의 생일 축하 점심을 먹었다. 값이 비싸긴 했지만...파스타와 정식으로.....또 한 바퀴 돌고 나서 와플도 사먹고.....싼 것 먹고 돌아도 아무도 눈치 안 준다. 덤으로 세일하는 방석 하나, 방석 카바 하나, 머그컵 6개를 식구 수대로 사서 오니 흐뭇....한나절 나들이로는 아주 좋은 곳, 숙연해지기도 하고 화려함도 맛볼 수 있는 곳.... 멀리 가기 그러신 분들 함 다녀와 보심이..반구정에서 갈비를 먹거나, 장어를 먹어도 좋고. 프로방스 근처엔 라이브카페나 식당도 많아요. 통일전망대도 들러도 된다. 임진각까지 가지 않아도 오두산 전망대가 프로방스 근처이니까.. 이상 자유로에서 임진각까지 나들이였습니다!!! 컴퓨터 다운 될까봐 조마조마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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