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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22세기 물탑을 쌓다

<2009 미네르바 여름호>

22세기 물탑을 쌓다

사각탁자 모퉁이에서

물로 둥근탑을 쌓는다

지름 1.5센티미터, 높이 1미터짜리

유리관을 똑바로 세우고

속에다 조금 작은 유리관을 거꾸로 중탕하듯이 매달아

22세기 물탑을 쌓는다

아래쪽은 황금맥주로

위쪽은 다이아몬드 물로

만날 순 없지만, 서로를 느낄 수 있도록

비싼 물탑을, 쌓는다

공기방울, 빛, 얼음까지 섞어가며

물탑은 아래 위로 돌아 점점 밝아진다

분수로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

사랑으로, 눈물로 벽을 타고 넘치기도 하지만

투명한 공간이 아무리 커져도 쓰러지지 않는다

내 몸 속으로도 그렇게

붉은 피로 탑을 쌓는다

공기방울로 숨통을 틔우고, 빛으로 막힌 것을 뚫으며

얼음으로 진정시키며.....

어두운 기억들이 속속 분해되어

내 몸은 점점 가벼워진다

2미터, 3미터, 100미터....

점점 높은 물탑을 쌓아간다

63빌딩이, 남산타워가

발밑에서 점점 멀어진다

사각탁자 모퉁이에서

허당이 아무리 많아도 무너지지 않는

22세기 물탑 쌓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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