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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엇갈린 사랑

엇갈린 사랑



검은 글자마저 떨어지고

하얀 등燈만

바람에 나부낀다.


초록 베옷을 받쳐 입고

애처롭게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한다.

연보랏빛 몸뚱이만 흔들며

곁을 주지 않아

주변만 빙빙 돌게 하고 말았다니……


땅에 드러누운

하얀 나비는

그래도 연보랏빛

꿈을 꾸는지

접은 날개가 움찔움찔 반짝인다.


바람에 꺼질 새라

작은 등을 보듬고

마구 울부짖는

하얗게 바랜

섬초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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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에 섬초롱꽃을 보고 쓴 것인데,

어느 식물원이더라.. 이름을 깜빡 했지만 시비로 아마 서 있을 텐데....

(이제 생각이 나네요. 안성 청류재식물원이군요.)

오늘 아침에도 섬초롱꽃들이 바람에 눈물을 흘리는 듯 했습니다.

슬픔을 예감했었는지, 섬초롱꽃이 필 때 슬픈 일이 생기는지.....

시대의 슬픔을 다 안고 등을 들고 서 있는 것인지.....

엇갈린 사랑은 많고 많습니다.

謹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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