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바다
리듬은 무엇일까?
어제 회식을 하고 노래방에 갔다.
술도 안 마신 터라, 맨 정신으로 노래 부른다는 것이 그렇기도 했지만,
포구의 저녁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제 지역 배구대회여서 작년 우승팀인 우리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올해 연습 부족으로
너무나 어이없게도 초장부터 지고 말았다. 지역예선을 다 거친 강팀들이 모였고, 물론 상대
가 강력한 우승후보 3인방에 속해 있었지만, 그 쪽은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속속 들어오는 정보를 들으니, 아이러니칼 하게도 이번에는 완전히 다크호스
가 우승을 해버렸다. 우리를 비롯한 그 우승후보 3인방이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곳에다 우
승컵을 내줘버린 것이다.
나는 일이 많아 좀 늦게 응원하러 가렸더니 이미 게임은 져버려서, 저녁회식이 그야말로
훤한 대낮부터 이루어진 셈이었다. 배구선수들을 비롯한 열렬팬들은 그 분함에 술도 많이
마시고, 그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한 남자들이 워낙 많은 터라...
1차를 끝나고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빠져나갔지만, 그 아쉬움의 부대들은 일어설 줄을
몰라 노래를 부르면 울분을 풀었다. 위로차 빠질 수 없는 처지.......그런데 정작 제일 분해
하던 세 사람은 노래방에도 들어오지 않고 1시간 반 정도를 밖에서 배구 이야기를 끝낼 줄
몰랐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
암튼 점점 어둠이 짙어가는 소래포구, 노래방의 위치가 바다가 보여서 노래보다는 자꾸 바다
에 눈이 갔다. 바다 가까이 살지만, 그렇게 물이 많이 들어온 걸 오랜 시간 바라보질 못했기에..
아, 저기는 늘 뻘밭이 주로 보였을 뿐인데....가득한 포구, 물살을 가르며 들어오는 고깃배들...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며, 살아 있는 바다, 가득한 바닷물을 보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가슴이
꽉 차는 것도 같고, '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라는 내가 지은 시를 다시 읊는 심정이 되었다. 시
의 전개는 군더더기가 많아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지만, 제목만은 내가 지었지만 언제나 마
음에 든다.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바다를 너무 좋아하니까....
바다는 때마다 고유의 리듬이 있다.
어제 같은 날은 넘실대는 6/8박자의 부드러움,
칼 같이 바람 몰아칠 때는
행진곡 같은 씩씩하다 못해 넘칠 것 같은 4/4박자,
잔잔한 바람 불고, 유유히 떠가는 배를 바라볼 수 있을 땐
왈츠를 추고 싶은 3/4박자,
강풍이 몰아칠 때는 2/4박자로 시작되어,
4/4박자로 변주를 해야 될 것만 같은....
때로는
굿거리 장단처럼
흥겹게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기도 하고
휘모리로 몰아치기도 하고,
자진모리로 변했다가, 갑자기 조용히 심장이 멎을 것 같기도 한,
그런 리듬의 바다
그 바다에
나도 풍덩 뛰어들어
하나의 리듬이 된다.
나는 바닷물이 되었으니까...
이야말로 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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