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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동해안 남부

하얀 동백꽃에 반하다/겨울 여행, 바다새를 찾으러 11(완결)

여행은 발견의 기쁨이 으뜸일 것이다.

늘 가던 장소에서도 또다른 발견을 하고, 매일 먹던 음식에서도 색다른 향기를 느끼며 사는 우리, 여행은

그런 것을 더 많이 가져다 주기에 우리는 무작정 떠나기를 소망하는 것이 아닐런지...이것이 나의 여행에

대한 개똥철학의 일부이다.

아, 하얀 동백꽃.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수 오동도의 동백, 향일암의 동백, 해동용궁사의 동백, 거제도에서 보았던 동백, 그리고 그리도 잘 알려진

선운사 동백꽃도 모두 그 열정의 붉은 빛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동백섬에 피어난

새하얀 동백꽃은 정말 눈부셨다.

붉은 꽃이 많기에 어쩌면 더욱 돋보이는지도 모르지만, 동백섬은 그 이름을 그냥 얻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누렇게 바래어 지고 있는 모습까지도, 바다를 배경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그

하얀 동백꽃잎이 내 마음을 마구마구 끌어당겼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바다를 등진 모습, 한 쪽에서는 누렇게 말라가고 있음에도, 거센 바람을 이기며(이쪽은 유난히

바람이 거세었으니...)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하얀 동백에게서 붉은 빛깔 보다도 더 결연한 미가 느껴졌다.



원래 동백섬에는 오래된 동백나무도 많지만, 새로이 심은 어린 나무들도 많이 보였다. 앙증맞은 키에도 송이송이 달고

있는 붉은꽃망울에 노란 꽃술이 겨울에 피어나기에 더욱 눈부신 동백섬.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기도 하고, 새로이

세워진 누리마루의 아름다운 모습까지 더하여 여행의 풍요로움을 더해주었다.

같은 바닷가라도 바람이 어찌나 센 곳이 있는지, 몸을 움츠리며 다니기도 했지만, 동백꽃은 아무 내색도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난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못할 일이 무엇일까?

바쁘다는 것도 다 엄살이요,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동백꽃처럼 인내심을 배우자.

그러면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 동백기름으로 누군가의 머리를 빛낼 수도 있고,누군가의 내장을 치료할

수도 있으리라.

찬 바람을 따근한 커피와 유자차로 달래면서 우리는 동백섬을 떠났다.

일요일, 부산 시내는 교통체증이 무척 심했다. 자갈치시장까지 가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자갈치시장에서의 시간은

여유롭지 못했다. 40분만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했다. 그 유명한 꼼장어와 고래고기를 먹지 못하고, 그저 시장의 풍광만

스치고 건어물들을 선물로 사서 차에 탔다.

그 와중에 나는 또 큰일을 했다.

집에서 호주에서 손님이 와 계시니 친척들이 모여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회와 꼼장어 양념한 것을 급히 아이스

박스에 포장해서 들고 돌아왔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 시간이 4시 30분쯤이었으니, 6시에 KTX를 타고 9시 쯤 서울역에

도착하여 집에 10시 조금 못 되어 돌아왔는데도 얼음이 거의 녹지 않았다. 회 뜬 지 5시간 정도 지나서 아주 숙성이 잘

되어서 회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사실 해운대 바닷가 횟집에서 먹은 회 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꼼장어를 지글지글 볶아서 먹는 소주맛도 일품이었다. 친척들과 아주버님이 아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아주 기분

이 좋았고, 이틀 자리를 비운 미안함도 다 해소할 수 있었다.

이렇게 1박 2일의 여행이 끝났다.

이틀 동안 기행문을 쓰면서 더 기분이 흐뭇하다. 긴 글을 쓰게 되었지만, 내 가슴에 품은 또다른 이야기가 생각들도 더

있으니, 여행이란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 다시 이 글을 읽어보며 오래오래 감동을 기억하고 싶다.

사실 제목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하얀 갈매기들이 정말 눈부셨다.

부산 갈매기란 말이 그저 얻어진 말은 아니란 느낌...

항상 내 마음이 답답할 때면 찾게되는 바다, 그 중에서도 푸른 물결 넘실대는 동해바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마음

껏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안압지의 물꽃, 간절꽂의 바다꽃, 해운대의 빛꽃. 동백섬의 하얀 동백꽃....

내 마음 속에 피어난 환희의 꽃까지....

새를 찾기 보다, 꽃을 찾아나선 여행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