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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북도 내륙

자, 떠나자!/겨울 여행, 바다새를 찾으러 1

정신없이 살아온 한 해.

일은 덜 끝났지만 예정대로 여행을 떠났다.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여행이란 이래서 좋은 것이다.

첫번째 장애물은, 아직 책 세 권 만들기가 남았다는 사실이다. 한 권은 나 혼자의 몫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다 하여도, 두 권은 순전히 내 몫이므로 여행의 댓가로 연초를 지금

매달려 있다.

두번째는 시아주버님의 방문이다. 22일부터 겨우 9일인가 다니러 오셨는데, 연말이라 바

쁘게 사느라 살뜰하게 챙겨드리지 못하고, 또 이틀이나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그 미안함

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세번째는 서류 정리할 것이 남아 있다는 찝찝함. 그건 31일에 나와서 하기로 하고 무조건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당일치기 열차 패키지 여행을 한 번 해 보긴 했지만, 이렇게 1박 2일은 처음이다.

새벽 일찍 알람소리에 깨어났다. 집을 비워야하는 미안함에 이것저것 찬거리 챙기고, 안

주 만들어 술 시중 든 탓, 여행에 대한설레임 탓으로 어젯밤 잠을 설쳤기에, 5시 기상은

보내고, 30분에 일어나 허둥지둥 준비를 했다.

서울역 7시 2분 도착, 약속 시간 2분 늦었지만, KTX 시간에는 충분하다.

자, 떠나자!

후배가 사 온 아침거리를 들고, 12호차에 오른다. 좁은 자리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옆에

앉은 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 차창은 객실 안 풍경이

더 크게 보인다.

도시를 벗어나니, 하루가 서서히 깨어난다. 희뿌옇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호수, 들판, 산,

언덕, 그리고 나무들.....눈깜짝할 사이에 열차는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9시 25분. 두 시간

만에 도착이다. 친정집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떠나자니 기분이 이상해서 전화 통화만 하

고, 바로 옆에 붙은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전세버스와 약간의 문제가 있어 다소간의 언쟁이 있어 시작이 좀 불쾌했지만, 시간이 지

나니 그런 마음도 눈 녹듯이 녹아내린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조우, 한 버스에 탄 것도 인

연이라면 인연, 무관심한 듯 하면서도 서로를 탐색하는 사람들. 여행은 이래서 좋은 것이

다. 버스는 동으로 동으로 달린다. 경주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