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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북도 내륙

경주역사유적지구 일대와 첨성대에서/ 겨울 여행, 바다새를 찾으러 3

두번째로 찾은 곳은 경주역사유적지구 일대인 왕릉들이 있는 곳과 첨성대이다.

천마총을 보기 전에 첨성대와 그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 대기 중인 마차가 우릴 유혹했다.

여태 그림 속의 한 장면으로 여겼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동작 빠른 다른 한 팀이

먼저 타고, 우린 다음 마차를 타기로 했는데, 깔개가 젖어 있어서 그걸 없애느라 시간이 걸리고,그

사이 먼저 출발했던 마차를 타게 되었다.



퀴퀴한 말똥 냄새, 먹이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을 지나, 마차는 삐그덕삐그덕 달린다.

아스팔트도 아니고, 잔잔한 보도블럭이 박힌 길을 말은 힘겹게 달린다. 흔들거림에 온몸이 요동치고,

마음 먹고 마부 옆에 앉아서 일부러 호사를 부려 본다. 첨성대를 지나, 계림까지 달린다. 계림의 앙상

한 나뭇가지, 그 검은 가지가 잠시 발길을 붙들었지만, 마차는 서서히 말머리를 돌리고, 우리는 첨성

대 앞에서 내렸다.



첨성대. 국보 31호,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천문학은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관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길흉을 점치던 점성술(占星術)이 고대국가에서 중요시되었던 점으로 미루

어 보면 정치와도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찍부터 국가의 큰 관심사가 되었으며,

이는 첨성대 건립의 좋은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돌의 빛깔, 사진에서 보면 거대해 보이지만 직접 보면 약간은 실망을 할 정

도로 그리 크지는 않은 9.7미터인 천문대는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 얼핏 보아서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보고는 너무나 실망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고,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

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수록 정감이 가는 첨성대이다. 주변의 커다란 무덤들을 굽어

보며 우뚝 솟은 자태로, 세상을 움직일 천문을 읽었을 것을 생각하면 소중한 문화재가 아닐 수 없다.

첨성대 역시 최근에는 멀리서만 보며 지나갔었는데, 역사지구 주변에 시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박목월님의 시편들이 많았고, 이 고장 출신이거나 관계가 깊은 시인들의 시들이 멀리 능원을 배경으

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그 색깔이 너무 틔워서 조금 생경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시비가 유행하고 있다. 공원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시비나 시판들을 제작해서 전시하고 있는데, 주변

과의 조화를 생각하면 좋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능원과 첨성대, 계림과 어울리려면 적어도 바

색을 하얀 색으로 해서 생경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바탕을 황토색 계통이나 아이보리색

등 주변과 어울리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히려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훌륭한 시인들의 작품이, 또 같이 제작된 훌륭한 그림들리

폄하된 느낌, 하나하나 살펴보면주옥같은 시와 그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여 겉돌았다. 고도의 유적

들에게도 누가 되는....훌륭한 작품들이 아까워 한 작품 한 작품 찍어서 남기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다

시 제작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 너무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