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사 단풍
청계사 꽃등이
단풍들었습니다.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도 아닌데
주황 감잎도 다 떨어지고
해마다 고운 빛으로 물들던 청계사 은행잎이
올해는 시들시들 제 빛을 보여주지 않자
부처님 오시듯
붉은 꽃등
단풍이 들었습니다.
청계사 꽃등은
해마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 붉은 감잎도, 단청처럼, 길처럼
울긋불긋물들고,
가을이 되고 싶은 사람,
질시와 욕망, 그리고 자존심의 흔들림으로 못 견디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여
화해의 빛으로 함께 물들입니다.
오늘도,
청계사 돌 계단에 서서
돌 하나,바람 한 자락처럼 나도 함께 물들고
세상의 중심이 되어
수미산須彌山,
수미산須彌山 한 가운데 넋을 읽고 서 있습니다.
*수미산 :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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