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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 내륙

남이섬 물빛에 젖다

'달빛별빛물빛'

이런 현판이 남이섬에 발을 딛는 사람들의 눈을 붙든다. 달 뜨는 밤에 오면 정말 저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정말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울 것이다.  작은 꿈이 하나 더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남이섬에서 하루 묵으면서 달빛별빛물빛을 느낄 수 있다면, 작은 행복이 하나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싱글로 사시는 분들 꼭 한 번 실행해 보시기 바란다. 20년을 살다가, 달빛 별빛 물빛이 주어진들 새로운 감동이 올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들의 비극이 아닐지....(내가 다시 남이섬의 달빛별빛물빛을 가슴으로 느꼈다고 글을 쓰게 된다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시라! ㅎㅎㅎ )

아니다. 사랑은 사실 환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므로, 나 혼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므로, 20년이 아니라, 50년을 같이 살았다 해도, 새로운 환상으로 그 아름다움을 가꿀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 그런 사랑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그 만큼 내 마음이 복잡하고, 여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슬픔의 원인이고, 외로움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먼 훗날, 삶을 더욱 관조하게 되었을 때, 나는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현실로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말 나의 슬픈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을 꿈으로만 치부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사랑의 부재, 나의 이 무감각함!! 그러나 나는 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사랑을 꿈꾸기에 시를 생각하고, 작은 낭만을 꿈꾸기도한다. 내가 나의 또다른 한 조각을 찾는 날, 나는 모든 것이 더욱 완성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몇 만 평이라던가? 트럭을 개조한 요상한 관광차의 가이드가 들려준 수치가 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메타쉐콰이어숲길이 깨끗하고 인상적이었으며, 수양벚나무길이 사람들의 어깨를 스치는 모습이 낭만적이었고, 물목련(?)숲이라던가...그 숲길 또한 아주 멋있었다. 곳곳에 그렇게 가꾸어 놓은 것이 보기 좋았다.

겨울 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욘사마의 자취를 찾아서 무수히 많이 찾는 곳 남이섬, 촬영지 마다 작은 기념 조각이나 흔적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서, 원래 남이섬은 빛을 잃은 듯도 하지만, 그래도 숱한 외화를 벌어들이니 얼마나 좋은가? 메타쉐콰이어숲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그 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기운이 늘 맑게만 느껴진다. 쭉쭉뻗은 그 나무들의 미끈함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사진을 찍고, 소녀처럼, 아이처럼 우리는 맘껏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숲이 끝나는 자리, 작은 배 한 척이 정박해 있고,두 남녀가 서 있다.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거기에 끼어들어서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이섬은 말 그대로 자연 속에 사람들을 동화시키기 위해 만든 곳인지도 모른다.

내가 남이섬을 직접 가 본 것은 그저께가 처음이었다. 전에 사랑하는 그와 함께 이 초입까지 왔었다. 너무 늦게 와서 섬에 들어갈 수는 없었고, 건너편 술집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남이섬은 얼마나 많은 소설과 영화에 나왔던 곳인지 그 때만 해도 소설에 등장하던 남이섬의 스토리들이 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일부러 사건을 만들기 위해 선택되곤 하던 장소, 남이섬.

우리들은 늘 격리된 장소를 꿈꾼다. 섬, 그 섬이 그러한 섬이고, 먼 곳에 있는 섬은 그저 환상에 그치지만, 남이섬은 그나마 그 환상을 떨치고 현실에서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친구와 동료들과 두어 번 더 찾게 되었던 남이섬이었지만, 그 섬까지 들어가 볼 동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저께는 우격다짐으로 가게 되었지만, 동료들과 갔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 마음의 섬세한 구석을 파헤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시간이 부족해서 한 바퀴 다 돌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서 트럭을 타고 일주를 하면서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그 나름대로의 남이섬을 느껴 보는 것도 뜻깊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들은 항상 꿈을 꾸면서 산다. 작은 꿈을 하나 추가 시키고 돌아오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사는지, 주어진 환경에 감사할 줄 모르고 사는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 떨리듯 떨림은 없어도, 돌아올 집이 있고, 언제나 손을 뻗으면 팔베게도 해주고, 어리광 아닌 어리광도 받아주는 동반자가 있는데.. 무엇이 아쉬우냐구요?

아, 그래도 나는 서럽다. 애틋한 사랑이 그립다. 떨리는 첫키스도 그립고.....내가 가슴 아프다 하면, 알면서도 철없음을 받쳐줄 수 있는 영원한 나만의 수호신이 그립다. 내가 그걸 원한다면, 나도 상대방에게 그리 해 주어야 함에도, 우리는 해 주기만을 원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남이섬의 물빛을 보면서, 더위 먹었냐구요? ㅎㅎㅎ 물빛에 취해서, 더위를 잊고 잠시 꿈 많던 10대 소녀로 돌아갔습니다....날씨도 더운데, 로맨틱한 사랑에나 빠져보자구요.....

내일은 어느 섬으로 도피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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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쓴 글입니다. 사진도 그 때 찍은 것입니다.

참, 새삼스럽습니다. 소나무님의 블로그 댓글을 달다가, 클럽에 올려진 글을 다시 읽어보고, 블로그에는 없던

글이기에 다시 옮겨 봅니다.  그 때 마음으로 많이 방황했던 듯 합니다. 현실에서 부족함은 별로 없는데, 채워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한....아직도 다시 그 섬에 가서 밤을 보내진 못했지만, 지금 그와 함께 하룻밤지내고 온다면, 노후가 더 아름다워질 것도 같습니다. 남이섬이라는 곳을 처음 갔던 것도 남편과 함께였지요. 포항과 서울을 오가면서 데이트하던 아쉬운 시절, 남이섬 데이트는 그만큼 인상적이었고, 건너가진 못했지만 그 날 마신 칵테일맛은 그저그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초입에 결혼을 했지요. 그게 24년전이네요 벌써....세월의 유수함.....

남양주와 가평으로 애들 데리고 많이 가곤 했는데, 애들 크니 뭐 자주 다니기도 그렇고....이젠 좀 다니자고 약속을 했지만, 언제 다시 남이섬에서 그 시절을 함께 생각하게 될 지.....더욱 새로운 마음이 생기리라는 기대를 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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