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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또다시 과림




야경에 빠졌지만, 실체가 궁금해서 그냥 집으로 올 수가 없었다.

한달 만에 모처럼 제 때에 퇴근을 하면서 어제 그 쪽으로 다시 길을 잡았다.

아이나비의 힘을 빌어 막히는 길은 훌훌 떨쳐버리고 과림저수지에 닿았다.



역시나, 실망이었다.

이제 막 호수주변이 정비되고 있었고, 언덕 위의 그 멋있던 범선이 음식점이었다.

그 아래쪽엔 또 다른 음식점 터를 닦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래도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는 훨씬 밋밋하지 않고 아직은 적당한 개발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쪽 저쪽 다니면서 보았다.


언덕 반대편 풍경.

작은 저수지이지만 굴곡이 있어 나름대로 아름다운 호수,

낚시꾼들 몇몇이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언덕 쪽으로 올라서니, 멀리서 보이던 붉은 빛을 띤 집은 국수집이었다.

국수집 마당에 원두막 한 채, 그 뒤로 보이는 호수도 아련하고...

호수 위에 붉은 태양도 아련하고...




내가 달리는 방향에서는약간은 실망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아이나비가 경유지를 다시 돌라고 지시를 내리는 거였다.

그래서 시간도 한가해서 오른 쪽 언덕 뒤쪽으로 한 바퀴 돌았더니

호젓한 좁은 길이 나왔다.



좁은 길을 돌아 호수에 이르니,

아!

호수에 비친 석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나가 되기 위한 경건한 순간!

석양이 호수가 되고, 호수가 석양이 되는....



마른 나뭇가지, 마른 잎에도 생기를 돌게 하는

석양을 가슴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매일 보는 풍경도

순간의 포착에 따라 이처럼 아름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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